서울시청 앞 광장이 생긴지 1년이 지났다. 시민 800여만 명이 이 광장에 다녀갔다고 한다. 그동안 시청 앞 광장은 다채로운 행사로 시민들에게 광장을 찾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최근 한국사회와 외국인 노동자가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취지로 외국인 노동자 문화축제가 개최되었고, 7월에는 대종상 영화제 개막식을 열 계획이다. 시청 앞 광장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반면 광장 사용허가와 관련한 문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시 의회와 ‘수도이전반대 국민연합’이 광장에서 수도이전반대집회를 열려고 시도했으나 ‘정치성 집회’라는 이유로 사용불허 결정이 났다.
5월에는 ‘제16회 민족민주열사ㆍ희생자 추모문화제’가 “추모제이기 때문에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이유로 시청 앞 광장을 사용하는 데 제약을 받았다. ‘민족민주열사ㆍ희생자 추모문화제’의 경우 행사 순서 중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무원 노동3권 쟁취 등에 대한 집회가 있어서 ‘추모제’라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는 데 공헌한 민주열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지금까지는 주로 음지에서 열렸는데, 이렇게 광장으로 나옴으로써 그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고라 광장을 중심으로 주위에는 각종 상가와 문화시설, 공공기관이 위치했다. 사실상 광장은 시민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핵심적인 장소에 자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광장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부족했다.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점점 개인화하고, 광장을 만들기보다는 ‘방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송도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마을 공동체에서 형성됐던 관계망이나 조화로운 일상을 대도시에서는 형성하기 어렵다. 그래도 밀도있는 관계 속에서 빠른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방으로 들어간다”며 방 문화가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시민이 다시 광장을 찾고 있다. 광장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함께 만들어가는 광장 문화, 시민이 주체가 되는 광장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에는 아직 부족한 듯 보인다. 광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광장에서 어떤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