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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NEET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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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NEET족

입력
200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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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니지 않고, 고용돼 있지도 않으며,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바 NEET(Not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을 둔 부모들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생활의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직장에 다니면서 부모 그늘을 떠나지 않는 ‘캥거루족’보다 더 고약하다.

구직의사도 없기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5월의 청년(15~29세) 실업률이 7.1%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라지만 이들 청년무직자가 제외된 탓에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현행 통계방식으로는 NEET족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난해말 현재 18만7,000명으로 추정되고, 2015년에는 8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다.

■ 15~34세의 미혼상태인 NEET족의 출현과 증가추세는 일본의 궤적을 그대로 닮았다. 흔히 ‘무업자(無業者)’라 불리는 일본의 NEET족은 1992년 66만9,000명에서 2002년 84만7,000명으로 늘어났다.

빈곤한 도시 가계 출신으로 조기에 학교에서 이탈해 특수 동료집단을 형성한 ‘사회적 배제형’, 대인관계의 실패에서 비롯된 ‘고립형’, 방향설정을 못하거나 주저하는 ‘주춤형’, 취직은 했지만 적응을 못해 떠나는 ‘자신감 상실형’ 등으로 분류되는 것을 보면 NEET족은 사회화에 실패한 젊은이인 셈이다.

■ 선진국에도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성격의 부류가 있다. 미국에서는 부유하게 성장했으나 30세 이후에도 부모에게 얹혀 사는 ‘은수저증후군(Silver Spoon Syndrome)’을 보이는 부류가 이에 해당되며 ‘아웃사이더(Outsider)’라 불리는 스웨덴의 NEET족은 전체인구의 3%를 차지할 정도다.

영국에선 16~18세 인구의 9%가 NEET족에 속한 것으로 나왔다. 이들의 삶은 술 마약 도박 섹스 등의 중독현상에 재정적 무책임, 나태한 생활, 인간관계 실패 등이 뒤엉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 전문가들은 NEET족 증가 원인을 노동시장의 변화와 현실과 괴리된 학교교육, 청년들의 근로의식 약화, 고학력 가정의 과다한 기대 등에서 찾는다. 부모와 동거하면서 모든 것을 공짜로 사용하고 사치와 유흥에 몰두하며 경제활동에 아무 공헌을 못하는 이들은 이미 암적 존재로 취급 받고 있다. 자라는 암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부모들의 심정은 오죽 할까.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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