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데워지는 물통 속에서 물이 뜨거워짐을 깨닫지 못하고 죽어가는 개구리 이야기의 속편으로 ‘죽은 올챙이 이야기’라는 것이 있다. 이 이야기는 개구리와 올챙이가 함께 물통 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낀 올챙이가 옆에 있는 개구리에게 묻는다.
무엇인가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또한 동시에 언제쯤 물통을 뛰쳐나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개구리는 말한다. “걱정하지마.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까.
나만 믿으라니까.” 그리고 온갖 좋은 것 다 누린 후 결정적인 순간에 개구리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물통 밖으로 뛰쳐나간다. 올챙이가 개구리에게 보였던 믿음을 철저히 배신하면서.
최근 선거에서 패배한 인사 여럿을 정부가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의 책임자로 기용하면서 더욱 거세진 낙하산 인사 여부에 관한 논란을 바라보면서 필자의 머리 속에는 ‘죽은 올챙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청와대와 야당 그리고 언론, 시민단체 등의 논평과 논쟁 속에서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사기업의 성공적인 CEO와는 다른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한 것인가. 공공 비영리 조직에게는 점점 더 경영마인드가 요구되고, 영리조직에게는 점점 더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공공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공기업 CEO에게만 요구되는 조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들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조건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업종에 따라, 설립목적에 따라, 그 공기업이 당면한 과제에 따라 요구되는 경영자의 특성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경영자 임명에 따른 낙하산 시비 여부는 단순히 정치가 출신인지 공무원 출신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청와대에서 제시하는 정부 산하 단체나 공기업의 분류기준이나 인사기준에 틀린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공기업 인사에 필요한 기준은 잘 제시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공기업 인사의 기준으로 중요성의 순서에 따라 통합적 관리능력, 도덕성, 전문성, 그리고 참신성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그리고 이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검증된 인사를 추천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인사에 있어서 논공행상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도 않을 만큼 솔직하기도 하다.
사실 공기업 CEO로 추천된 인사의 전문성 보유 여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아니 전문성이 상당히 부족하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스텝이 잘 보좌하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혁신성이나 참신성 등도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낙하산 인사 여부에 관한 지금까지 논란의 핵심은 추천대상자의 자격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격이 있느냐 여부도 중요하지만 추천된 인사들이 왜 하필이면 그 공기업을 맡고자 하는지 따져 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이 맡게 될 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 기업의 성공을 보람으로, 자부심으로 느낄 수 있는 인사가 적절한 사람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기업의 성공에 전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인사인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중요한 것은 CEO로서의 조건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어떤 사람은 적절하지 않다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그동안 정치권에서 치열하게 살아 왔으니 정부가 마련해준 공기업의 자리에서 잠시 쉬면서 재충전하려는 사람, 공기업의 자리를 더 높은 혹은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자신을 믿는 ‘올챙이’를 죽음으로 이끌고 냉소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은 절대로 공기업의 책임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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