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을 다하겠습니다!”
2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교육훈련단 교육훈련연대 연병장.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한 찌푸린 하늘아래 358명의 건각들이 팔각모를 쓴 채 열을 맞춰 도열했다.
‘귀신잡는 해병’의 복장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지만 검게 그을린 피부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전형적인 해병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하얀 얼굴에 앳된 표정,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입소해 부대 창설 56년만에 해병 1,000기 시대를 연 훈령병들이다.
해병 1,000기들은 앞으로 6주간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유격훈련을 비롯해 공수훈련과 화생방 실습, 상륙훈련 등 험하고 고된 훈련을 받는다.
5주차에 실시되는 왕복 50㎞의 행군훈련까지 마치면 드디어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 수 있으며, 마지막 주 시청각교육 등을 통한 정신무장 훈련을 통해 군 복무 생활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으면 8월 5일 훈련소 문을 나선다.
358명의 예비 해병들이 이곳 포항 훈련단에 들어온 것은 지난 21일. 훈련병들은 1주일 동안 부대적응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각종 테스트를 거쳤다.
신장 161~195㎝, 체중 38~135㎏, 팔굽혀펴기 2분에 39개, 윗몸일으키기 2분에 49개, 오래달리기 1.5㎞에 7분09초 등을 모두 통과해야 하며, 이런 조항에 미달되거나 질병이 발견될 경우, 또는 본인이 퇴소 의사를 밝히면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1,000기에도 30여명이 중도 포기했다. 이날 입소식에서 훈련병들은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겠다”고 선서한 뒤 “우리들은 대한의 바다의 용사다~”로 시작하는 해병대가를 우렁차게 불렀다.
7번의 도전 끝에 해병대 입성에 성공한 양용덕(21) 훈련병은 “해병에 지원했다가 자꾸 떨어지다 보니 오기가 생겨 계속 도전했다. 영광스런 1000기 해병대원이 됐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며 “훈련생활을 성실히 마쳐 해병의 자부심을 세울 수 있는 늠름한 군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입소식에 이어 정신교육장인 ‘승파관(勝波館)’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벌써부터 해병 특유의 군기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절도 있는 걸음걸이는 물론이고 모자를 벗는 사소한 일도 통일된 동작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에 도착했지만 식당으로 직행하는 훈련병들은 아무도 없다. 식당 앞에 마련된 철봉대에서 각자 능력껏 턱걸이나 팔굽혀 펴기를 하더니 식당으로 들어간다. 해병으로서 요구되는 강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각자가 알아서 땀을 흘리는 것이다.
메뉴는 닭개장과 생선튀김. “나는 가장 강하고 멋진 해병이 된다!”는 구호를 힘차게 외친 뒤 일제히 식사가 시작됐다. 식사 후 잠깐의 짬이 나자 다시 철봉대에 매달린다. 모두가 자신감과 패기 넘치는 표정들이다.
이상홍 교육훈련연대장은 “1,000번째 기수를 배출한다는 것은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분명 전환점이 될 것이고 그 의미는 정통성을 이어왔다는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해병대는 1949년 4월15일 경남 진해의 덕산 비행장에서 300여명의 인원으로 창설됐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국의 해병사단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해 혁혁한 전과를 올렸고, 30여개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빛나는 전공을 세워 용맹을 떨쳤다. 56년간의 해병대 역사를 통해 총 80여만명의 해병들이 배출됐다.
포항=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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