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434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책임준비금이란 연금가입자들의 동시다발적 해약 사태에 대비해 평소 확보해 두어야 할 자금을 말한다.
26일 한국사회보험연구소(소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ㆍ정부혁신지방분권위 자문위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확보했어야 할 4대 공적연금의 책임준비금은 577조4,019억원이지만, 실제 적립된 기금은 142조8,331억원에 불과해 434조5,688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책임준비금 부족액은 1년간 52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책임준비금 부족액은 우리나라 GDP의 55%에 달하는 규모이자 연금 가입자들로부터 매년 받는 보험료의 19.3배에 달하는 액수다. 앞으로 가입자에게 연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19년 이상 연금보험료를 받기만 해야 이 부족분을 겨우 메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연금별로는 덩치가 가장 큰 국민연금이 292조9,640억원의 준비금이 부족한 상태이며 공무원연금 103조6,440억원, 사학연금 22조648억원, 군인연금 15조896억원 등이다. 연간 수입보험료와 비교하면 군인연금의 부족액이 32.1배로 가장 많고 공무원연금 26.7배, 사학연금 22.7배, 국민연금 17.1배 등 순이어서 재정안정성 면에선 국민연금이 그나마 가장 나은 편이다.
민간 보험사들은 책임준비금 부족시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지만, 공적연금은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공적연금이 강제보험이고 해약개념이 없기 때문에, 민간보험처럼 한꺼번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김용하 소장은 “준비금 부족은 결국 후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잠재적 국가부채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는 연금가입자 가운데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부족액이 이 정도지만, 향후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면 보험료 낼 사람(가입자)은 점점 더 줄어들고 연금을 받을 사람(수급자)은 더 늘어나게 돼 준비금 부족사태와 연금재정 악화는 한층 심각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연금재정의 건전화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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