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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 설 땅 잃은 ‘제동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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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 설 땅 잃은 ‘제동論’

입력
200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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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다시 세계 경제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 당 60달러 선이 돌파되자 시장에서는 이제 65달러도 위험하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유가가 50달러를 돌파했을 때 ‘수급상의 일시적 불일치’와 ‘투기자본의 농간’을 들면서 40달러 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낙관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유가가 60달러 선에 안착했다”며 “연말까지 5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배럴 당 85달러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석유소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에는 원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전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상황인식이 깔려있다. 산유국들의 원유생산 능력과 석유업체들의 정유능력은 포화상태에 달했는데도 세계 경제성장에 따른 석유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실제 증산여력은 하루 150만 배럴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 정유업계의 가동률도 90%가 훨씬 넘는 사실상 완전가동 상태이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공급부문에서 고유가의 숨통을 터줄 여지는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4% 정도로 예상되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로 볼 때 세계 전체 하루 석유수요는 200만 배럴 늘어난 8,4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 평균 산유량을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올해 정유능력 확충분을 감안하더라도 공급능력을 뛰어넘는 수치다.

뉴욕 에너지거래업체 렙코의 나우먼 바라카트 수석부사장은 “등유와 디젤, 항공유, 난방유 등의 정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유가가 뛰고 있다”며 “추세로 볼 때 배럴 당 65~70달러 선까지는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기업이 느끼는 압박감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는 “에너지 비용 증가 등 때문에 공장폐쇄와 6,500명 추가 감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고유가와 달러강세 등으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업체의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손실은 당초보다 많은 56억 달러로 전망됐다. 지난주 실적악화로 이틀 연속 폭락한 뉴욕 증시는 고유가에 따른 구매력 위축, 달러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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