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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11·끝) 중동중·고 (190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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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11·끝) 중동중·고 (1906.5.10~)

입력
200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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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순수민간자본으로 세워진 민족사학 중동중ㆍ고교가 2006년 5월10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일제 침탈에 맞서 교육으로 나라를 살리겠다는 이념으로 세워진 중동고는 지난 99년간 6만여명의 인재를 배출했고 이들은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제 중동중ㆍ고는 새로운 100년을 맞아 ‘백년 중동 천년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자랑스러운 학교 역사를 되돌아보고 자립형 사립고를 목표로 세계 속의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인프라 확충

중동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자립형 사립고로 선정되는 것.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일정이 불투명하지만 그때를 대비해 다양한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우선 1994년 삼성재단이 중동중ㆍ고를 인수한 것에 힘입어 고등교육과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접목시켜 세계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 글로벌 리더 스칼러십(SGLS)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4년간 4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미국에서 국제적 안목과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견학의 기회를 가졌으며 올해 여름방학에도 8명의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해외 학교들과의 교류를 정례화해 앞으로 더욱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여러 학교들과의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충북 괴산고와 자매 결연을 맺어 도농(都農)간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재단을 통해 학생과 교사들의 산업 시찰 기회를 늘여가고 있다. 또 성균관대와 교육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수준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중동은 전인교육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체험학습의 날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클럽활동은 합창반 방송반 오카리나반 등 총 61개 반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더욱 활성화 할 수 있도록 ‘1교사 1특기 갖기’ 운동을 벌여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여갈 계획이다.

다양한 100주년 기념사업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중동고는 지난해부터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과 같은 곳에서 재학생 교사 졸업생 학부모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해외에 있는 동문들을 초청, 모교 방문의 날을 가질 예정이다. 중동 100년의 역사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한 연극제 음악회 뿐만 아니라 10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사진 미술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의료 법률 언론 문화계 등 각 전문분야에 진출한 동문들이 중심이 되어 중동 역사에 대한 의미를 조명하기 위한 학술 세미나도 준비 중이다.

특히 하나되는 중동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많은 동문들이 전국 백두대간의 100개 봉우리를 지역별로 한 날 동시에 등반할 예정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동의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축구 아이스하키 등의 체육 명문 학교답게 동문들과 함께 하는 마라톤 축구대회 등의 행사도 준비중이다.

100주년 기념 동문회관 및 기념탑 건립과 중동 100년사 편찬 사업 역시 중동고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역점 사업. 100주년 기념 동문회관은 교정 외의 다른 부지를 확보, 연면적 500평 규모의 지상 3층을 건립하거나 기존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구상중이다.

교정에는 높이 10㎙의 기념탑을 건립하고 교사들을 중심으로 지난 100년간 중동의 시대적 역할과 활동을 정리한 중동 100년사를 편찬할 계획이다. 교복 교모 모표 성적표 등 중동고 100년 역사를 나타내는 물품들을 모아 중동을 상징하는 사자 형태의 타임캡슐도 제작할 예정이다. 또 중동의 앰블렘이 새겨진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기념 우표 발행 바자회 음악회 등을 통한 각종 수익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돼 성공적인 100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중동의 새로운 100년은 지난 100년과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21세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키워나가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부총장을 지내다 올 1월 취임해 아직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 낯설기도 할만한 김병택(사진) 교장은 중동고의 새 100년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김 교장은 "100주년 기념행사와 앞으로의 100년에 대한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이를 새로운 도전이라 여기고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이 고교 교장으로 부임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안타까운 입시 교육의 현실이었다. 그는 "날로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과 사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교장은 학생들의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동은 학생의 학습 능력 수준에 따라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맞춤형 교육'이 자리잡도록 교사들의 연구활동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학생 교육 뿐 아니라 학부모에 대한 교육 역시 중시하고 있다. 그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교육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고양시키기 위한 명사들의 강의를 학부모 아카데미란 이름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6만여 동문으로 이뤄진 동문회의 역할과 역량이 절실함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는 "동문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백년 중동 천년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자립형 사립고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데 매진할 것"이라며 "새로운 100년은 학생들이 스스로 품성과 학력을 갖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갈 수 있도록 도와 결국 세계 속의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회경기자

■ 걸어온 길

중동 100년의 역사는 1906년 5월10일 당시 한어학교 교사인 오규신 유광열 김원배 3명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있던 전의감(典醫監ㆍ 왕실의 의료기관) 건물을 빌려 설립한 한어야학에서 시작한다. 을사조약 이후 혼란스럽던 시기에 ‘우리도 남과 같이 살려면 배워야 한다’는 구국의 일념에서 설립됐고 연령 및 학력의 제한 없이 학문을 접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어(漢語)와 산술 2개 과목을 가르치다 1907년 중동야학교로 명칭을 변경한 뒤 1909년 사립 중동학교 설립 인가를 받아 일어과를 증설했다.

1914년까지 교사(校舍)를 빌려 야학을 경영해 온 중동학교는 교사의 반환으로 폐교 위기에 놓이자 백농 최규동 선생이 1914년 2월 학교를 인수해 종로구 수송동으로 이전했다. 1916년에 이르러 중동야학교는 주학(晝學)을 병설해 1919년 사립 중동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고등과 중등과 초등과로 나눠 모집했다. 당시에는 3ㆍ1운동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향학열이 넘쳐 나면서 학생수는 주ㆍ야간을 합해 1,000여명에 이르게 됐다.

중동의 학생들은 근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1926년 6ㆍ10 만세 사건과 관련해 황정환 김재문 등이 참가해 학교의 이름을 높였고 1929년 광주학생운동과 관련, 전교생이 일제히 만세를 외치며 교문 밖으로 진출하려다 205명의 재학생이 검거되기도 했다.

국가가 어려울 당시 배움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 사회에 필요한 인재들을 육성한 중동 출신의 인재들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정계에서는 초대 문교부(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안호상씨와 윤치영 전 서울시장, 안동선 한광옥 김무성 염동연 의원 등을 배출했다. 재계 인사로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있으며 학계에는 국어학자로 명성을 떨친 이희승 양주동 박사 뿐만 아니라 시인 김동환 김광섭 김지하 안정효씨가 중동 출신이다. 탤런트 정동환 김희라 손창호 이병헌 심현섭씨와 체육계의 조중연 김종부 조민국 등도 중동을 빛낸 동문들로 꼽히고 있다.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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