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및 정보기술(IT) 업계의 강자인 KT와 삼성전자의 제휴가 부쩍 늘고 있다. 양사는 공통 분야인 통신 뿐 아니라 텔레매틱스, MP3 등 이종분야까지 제휴 관계를 넓히고 있어 IT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KT와 삼성은 22일 인터넷을 활용한 디지털 이미지 솔루션 제휴를 맺은 것을 비롯해 올들어 4건의 사업을 제휴했다. 디지털 이미지 솔루션 제휴는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등 이미지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플랫폼 개발과 활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달 초 체결한 ‘옙’관련 양해각서는 무선랜 MP3 플레이어 개발 및 공동마케팅을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양사가 자동차 운전 중 각종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텔레매틱스 분야까지 제휴관계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예 텔레매틱스 사업부를 신설해 KT와 협력관계를 높이고 있으며 지능형 로봇, 홈네트워크 분야에서도 추가 제휴를 검토중이다.
이처럼 양사의 제휴가 확대된 배경에는 신규 시장 진입과 기존 주력 분야의 선두 굳히기라는 두 가지 목적이 깔려있다. KT관계자는 “멀티미디어 분야에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 통신분야에 확고한 위치를 다진 KT의 마케팅 등이 결합되면 신규 시장 진입시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존 사업의 매출을 올리는 등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양사의 의도와 계획은 2003년에 이미 준비됐다. 2003년 6월 이용경 KT사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사적 사업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차세대 신사업 협력,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투자를 비롯해 지적 재산권과 수익을 공동 소유 및 배분하는 형태로 이익과 위험을 공유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감안할 때 양사의 제휴 관계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IT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경쟁관계에 놓인 업체들은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자본이나 인력, 시장점유율 등을 놓고 볼 때 양사의 제휴는 다른 업체들에게는 큰 위협”이라며 “전사적 협력관계는 사실상 기업결합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다른 기업들도 KT와 삼성전자 등 어느 한쪽과 제휴를 맺으면 자연스럽게 양사 제휴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KT 및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이면서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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