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고요한 골프장에서 클럽 헤드가 공을 때리는 타격음이 명쾌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맑은 하늘과 푸른 나무, 가지런히 정리된 잔디 위에서 샷을 날리는 골퍼의 뒷모습이 그럴듯하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 갤러리에서는 이레나 사민스키(Irena Sarminsky)의 ‘2005 빅 쇼’가 열리고 있다. 알루미늄판 위에 나무나 구름, 골퍼 등 골프장의 풍경을 그려 모양대로 자른 후 캔버스 위에 붙여 입체적으로 만든 그림 40점이 선보인다.
아예 캔버스 없이 알루미늄판에 그린 그림들을 잘라 여려 겹으로 붙여 완성한 작품도 있다. 원근의 입체감과 함께 부드러운 붓 터치 덕에 골프장의 고요한 분위기가 살아 있다.
러시아 태생의 여류 화가 사민스키는 1990년 이스라엘로 이주한 후 알루미늄판을 이용한 스케치 등 색다른 회화방법을 시도하다가 잘라서 붙이는 형태의 3차원적인 형태의 ‘그림 조각’에 착안했다.
그는 유화를 금속판에 정교하게 그려 3차원적 공간감을 주는 그림 조각 작업으로 기존의 평면적 풍경화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꾼 화가로 주목 받고 있다. 관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전통적 회화 작업과 릴리프(부조) 작업이 병치된 듯한 경험을 갖게 된다.
그는 “예술은 과학의 발전과 함께 진화한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표현방법을 끊임없이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의 풍경을 통해 시각과 대상 사이의 관계 양식을 탐색한 이번 전시회는 30일까지. (02)724-2882.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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