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 최전방 경계초소(GP) 총기난사 사건 발생 이틀만인 21일 윤광웅 국방장관은 GP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지시했다. 다음 날로 GP환경 및 시설개선 점검팀이 발족했고 점검팀은 다음날 서부전선 일대 GP에 투입돼 실태점검을 벌였다. 장관이 사의를 표명할 정도로 사건의 파장이 번져가자 신속하게 대책을 제시한 듯싶다.
국방부는 1월 육군 훈련소에서 중대장이 훈련병에게 인분을 먹이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장병 기본권지침을 제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반년도 못돼 총기난사라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이번 대책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반응하는 국민정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인분 사건 때도 국민적 분노가 없진 않았지만 그 강도는 지금과 달랐다. 이번에는 국방부 홈페이지에 “한국이 싫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는 등 분노와 절망이 극에 달한 의견들이 오르고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들을 둔 젊은 부모들 입에서는 “유학을 보내든 이민을 가든 절대 군대에는 안 보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쪽 같은 자식을 잃은 유족들의 오열이 전 국민에게 감정이입되고 있다.
이런 정서가 조직화한다면 조세저항에 버금가는 ‘병역저항’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출산율 저하로 병역자원이 고갈되면서 징병검사 기준을 점차 낮추고 있는 마당에 병역저항까지 직면한다면 국방부가 어떤 대책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이번에도 당국이 대책 한 두가지로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최악의 가정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김정곤 사회부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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