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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폭력 피해자 인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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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폭력 피해자 인권 보장

입력
2005.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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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에는 8개의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고 지난 11년 동안 단지 3차례의 개정이 있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 유례 없이 한꺼번에 많은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이는 작년에 발생한 경남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지적되었던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 보호 제도, 언론에의 신상 정보 유출 등 수사와 재판에서 일어나는 2차 피해에 대한 문제점 보완책을 다음과 같이 이번 개정안에 담고 있다.

첫째, 반복 진술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13세 미만과 장애인 피해자에게 의무화된 진술 녹화 제도의 대상을 일반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둘째,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의무화 조항이다. 그러나 그 대상 범죄를 여전히 일부 피해로 한정하고 있어 적용 범위를 성폭력 범죄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째, 여성 경찰의 성폭력 수사 전담제이다. 피해 여성들의 요청시, 여성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담당자의 성별을 떠나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있고 이 분야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 수사관의 확보가 더 요구된다.

넷째,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원 및 사생활 보호 조치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수사와 재판 담당자만이 아니라, 언론 보도에 관련한 피해자 신원 보호 규정과 위반시 규제가 포함되어 있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리라고 본다.

다섯째,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증인 신문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이 법정에 출두하여 진술하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진되어야 할 피해자 보호 조치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공판 중심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는 일부 피해자로만 한정하고 있어 실질적 피해자 보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섯째, 유사 성교에 관한 처벌 강화 문제는 강간, 강제추행죄의 범죄 구성 요건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와 연관되는 것이므로, 형법, 특별법 개정 차원에서 좀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일곱째, 최근 장애인 성폭력 사건들의 경우 장애 자체가 ‘항거불능’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폭력방지센터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성폭력 방지 의무를 국가에 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재 전국 125개 성폭력상담소의 활동들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 이후에 장ㆍ단기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폭력특별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성범죄자의 전자 위치 확인 제도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취업 제한 등의 관련 법안 등도 함께 상정되어 있다.

따라서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인권 보장에 유례 없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강화 측면에서 주로 검토되고 있는데, 피고인, 피의자 인권뿐만 아니라 범죄 피해자의 인권 보장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넘어선 인권 보장의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번 성폭력특별법과 관련 법안들이 진정한 의미의 피해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여 성폭력 신고율 10% 미만, 기소율 45%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는 피해자들이 사회적 배려로 치유를 향한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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