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가 총 연구ㆍ개발(R&D) 예산은 7조8,000억 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전체 R&D 투자 비중으로는 세계 8위 수준이다. 지표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여전히 인적, 물적 자원이 제한적인 우리나라가 서구 선진 국가에 비해서 뒤쳐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뒤쳐진 과학기술 수준을 단시간 내에 끌어올리기 위해서 특정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 분야에 집중된 R&D 예산이 가져오는 문제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한 분야가 많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연구 분야도 독립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보통신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기술(BT) 등 첨단 연구 분야도 물리학, 수학 등 기초과학이 뒷받침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고, 화학공학, 재료공학 등 관련 기초공학 분야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연구 결과가 부가가치를 갖는 제품으로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ㆍBT에 지원 집중
미국의 2005년도 R&D 예산 총 규모는 1,322억 달러이며 우리나라의 17배에 해당한다. 이 중 NT 분야 예산은 10억 달러이고 IT 분야 예산은 20억 달러다.
자연과학 및 기초공학 분야 예산이 113억 달러인 것을 감안한다면 IT, NT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국가 R&D 예산 중 기초과학 및 기초공학 분야의 비중이 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기초과학이 발전해야 노벨상을 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학기술부, 교육부 등 관련 부서가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생물학, 의학, 농수산학, 약학, 수의학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새로 선정된 우수연구센터의 숫자를 보면 우수과학연구센터(SRC)가 5개, 우수공학연구센터(ERC)가 4개,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가 5개이다. SRC 중에 의학 및 생물 관련 연구센터가 4개이므로 생물 및 의학 관련 연구센터의 총 숫자가 9개에 달한다. 이것은 과기부의 BT 집중 정책에 기인된 것이다.
BT에 연구 투자하는 부서는 과기부뿐만 아니라,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농림부 등이 있다. BT에 집중되는 지원은 상대적으로 기초공학 분야의 연구비 지원을 크게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연구투자 우선순위를 보면 현대판 ‘사농공상’이 재현되고 있다.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기초과학은 ‘사’에 해당되고 BT는 ‘농’에 해당되고 국부를 창출하는 ‘공’과 ‘상’에는 점점 연구투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안 되고 있으며 제조업에 의한 수출이 국부의 대부분을 창출하고 있다. 선진국은 탄탄한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국부 창출을 위하여 신산업이 될 수 있는 고위험도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그들처럼 BT와 같은 사업화 가능성이 낮은 고위험도 연구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더구나 얻어진 연구 결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세계 수준 BT 관련회사가 국내에는 없기 때문에 좋은 연구 결과를 실용화하기 어렵다.
-국부창출 기초공학은 소외
지금 기반기초공학을 하는 대부분의 연구진이 연구비가 많은 NT와 BT로 연구 분야를 바꾸어서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기초공학의 인력 양성과 연구가 붕괴되어 가고 있다.
품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집중 투자된 분야의 성과를 실용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기초공학을 지원해 균형 잡힌 연구투자를 이루어야 한다.
우성일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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