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우캐스팅 때문에 영화 제작자들이 너무 힘 들어 합니다. 영화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떠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지난해 모 영화전문주간지 선정 ‘충무로 파워’ 1위였던 강우석 감독이 23일 밤 취재진을 만나 격정을 토로했다. 최근 싸이더스HQ를 비롯한 여러 매니지먼트사가 자금력과 스타파워를 동원해 충무로를 쥐락펴락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지난해 ‘실미도’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충무로의 대표적 흥행사인 강 감독은 자신은 예외이지만 “요즘 배우 출연료와 매니지먼트사의 횡포 때문에 제작자들이 고통스러워 한다”고 토로했다.
“데뷔 때 3,500만원 받았던 여자배우가 1년도 채 안돼 3억5,000원을 받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그리고 배우를 앞세워 매니지먼트사가 공동제작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동석한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도 “제작지분 전부를 원하는 곳도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강 감독은 “대기업까지 진출하며 매니지먼트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스타에게 돈이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면 영화의 질이 떨어지고 함께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양산되어 관객들의 발길을 끌지 못하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배우양성을 위한 학교를 직접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도 24일 오후 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영화가는 예전처럼 기득권이 보장되는 곳도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문화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는 ‘시장’이다. 그러나 자신이 보유한 스타들을 등에 업고 제작에 ‘무임승차’하고 거기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 기성 제작자들도 반성이 필요하다.
스타배우를 잡기위해 출혈경쟁을 하면서 출연료 거품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자칫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암흑기로 만드는 공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지 제작자,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곰곰이 생각할 때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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