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갈등으로 점철됐던 이전 회담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2000년부터 14차례 열렸던 장관급 회담은 대부분 막판 합의를 이루기는 했지만 상호 신뢰 부족으로 인해 회담 내내 밀고 당기는 소모전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번은 그야말로 180도 달라진 분위기를 절감할 수 있는 회담이었다.
회담 형식부터 파격적이었다. 사각형의 긴 회담용 탁자가 아닌 국제회의에서 주로 사용하는 원탁을 배치한 것이다. 원탁에서 양측 수석대표 좌석이 붙어 있어 앉아서도 스킨십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는 변화는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시 정 장관이 회담 문화를 바꿀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이 공감한 데 따른 것이다.
형식이 달라지자 회담 분위기도 달라졌다. 회담 기간 한 차례의 전체회의와 두 차례의 대표접촉 동안 양측은 시종 이견 없이 현안을 술술 풀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공동 오찬장에선 권 단장의 제의로 78명의 남북 대표단과 수행원이 섞어 앉아 식사를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내용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둬 남측은 22일 첫 전체회의 직후 이례적으로 북측의 기조발언 일부를 포함한 우리측 기조 발언문 요지를 취재진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회담의 피날레인 공동보도문 발표에서도 양측은 밤샘 회담을 하며 줄다리기를 했던 관례를 깼다. 게다가 과거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이 주로 1장, 많아야 2장이던 것이 이번 회담에서 3장에 달해 전보다 짧은 협의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안을 속전속결로 합의했음을 방증했다.
그러나 이처럼 달라진 회담 문화는 향후 남북관계 기상도가 맑을 것임을 예고하는 증좌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정동영-김정일 면담’의 후광 때문이므로 회담문화의 변화를 판단하려면 향후 회담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엄존하고 있다.
한편 회담장을 찾았던 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은 이날 새벽 기자들과 만나 북핵 6자회담과 관련, “7월 복귀 가능성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보다는 진정성이 있게 몰고 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뜨거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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