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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營문화 바꾸자/ (下) 인권·군기 조화 새질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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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營문화 바꾸자/ (下) 인권·군기 조화 새질서 절실

입력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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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장관은 총기난사 사건 직후인 22일 ‘선임병들이 악의적인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장관서신을 여단장급 이상 지휘관들에게 내려보냈다.

내무생활에 온존하는 억압적 위계질서를 타파해야 한다는 지시다. 그러나 장관서신 발송 이후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내무반의 비민주적 질서를 일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찬성론과 “내무반 질서와 군기를 허무는 엉터리 지시”라는 반대의견이 경쟁적으로 떠올랐다.

군은 창군이래 구타나 가혹행위 등 군내 부조리를 일소하는 데 전력하고 있지만 ‘인권과 군기’에 대한 정확한 경계선을 설정하지 못하고있다.

위의 논란처럼 장병의 인권과 군대라는 특수집단의 질서유지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억압적인 병영문화에 익숙치 못한 신세대 장병들이 등장하고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군은 일단 병사 상호간 구타나 가혹행위는 물론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군사기술을 전수하고 군내질서의 습득을 돕는 범위를 넘어선 사적 지시와 언어폭력을 가하는 행위조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1990년대이후 집합과 지시 얼차려 군기교육 암기강요행위 등 ‘5대 금지사항’을 시행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는 사병 간의 명령이나 지시 간섭 구타ㆍ가혹행위 언어폭력 등을 금지토록 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하달, 준수토록하고 있다. 물론 실제 일선 부대가 이 지침을 액면대로 준수한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어쨌거나 군의 이러한 방침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병사들간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군대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3개월 전 전역한 대학생 신모(25)씨는 “행동강령 등의 영향으로 갓 들어온 신병들은 ‘이등별’이 됐고 후임병을 지도해야 하는 선임병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이 지난해 3,000여명의 병사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행동강령이 ‘병 상호간 관계를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견(44.2%)이 더 많았지만 ‘군내 위계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30.8%)도 적지 않았다. 특히 수용 정도에 대해서는 ‘장병들이 공감하지만 아직 정착되지 않고있다’는 의견(39.7%)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군 조직의 특수성과 장병의 인권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위계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있다. ‘금지’만을 강조한 현재의 군 지침을 넘어선 새로운 전범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병사들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이들이 군 조직에 능동적으로 동화할 수 있는 통합적이고 긍정적인 위계질서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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