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책은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좋은 회사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권위의 상징인 넓은 사장실을 박차고 나오라고 충고한다.
이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사장의 의도와 직원들의 반응을 취재한 ‘칸막이 문화’(Cubicle Culture)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장실 대신에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칸막이 공간을 공유하는 CEO’(Cubemate)들이 늘고 있다. 인텔이나 휴렛팩커드처럼 카푸치노 바 등을 만들어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하는 ‘오픈 플랜’ 회사들의 성공담이 퍼진 탓이다.
하지만 이 신문이 취재한 직원들의 반응은 “그냥 사장실에 계시면 좋겠다”였다. 서로 행동 하나하나가 다 보이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사장 때문에 중국요리를 먹는 게 신경 쓰인다.
이 회사의 CEO는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 다른 직원은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된다고 실토했다. 전화 통화와 대화도 근처에 CEO가 있으면 의식하게 된다. 사장과 너무 가까우면 실수할까 고민이고, 멀어지면 소외될까 고민이다.
오히려 서로간에 대화가 더 없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인텔의 CEO인 폴 오텔리니를 모셨던 직원은 “칸막이 동료들끼리 소곤거리는 대신 침묵을 지키며 메신저와 이메일로 대화를 했다”고 실토했다.
CEO 입장에서도 사생활이 없어지면 좋을 게 없다. 한 직원은 “CEO가 오랫동안 무언가에 몰두하기에 회사의 재정적인 결정인줄 알았는데 실은 사적인 이메일과 인터넷 서핑이었다”고 말했다.
이베이 같은 성공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CEO가 직원들과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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