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도서정가제의 득실을 따지는 첫 국회 공청회가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 문화관광위는 최근 우상호 의원 등 의원 23명이 발의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 일부 개정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일반 서점과 인터넷 서점 업자 등 이해 당사자와 소비자ㆍ문화단체 회원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개정안은 현재 인터넷 서점 할인 허용 등 일부 예외를 두면서 2007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도서정가제를 영구적인 완전정가제로 바꾸자는 게 골자다.
공청회에서 도서정가제는 여전히 업계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완전정가제에 적극 찬성했으나, 인터넷서점 측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제도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또 문화연대와 소비자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반대입장을 보였다.
출판문화협회 김인호 상무는 도서정가제가 없어질 경우 가격 경쟁 심화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출판사와 서점의 존립기반이 완전히 사라지고, 소량 발행하는 양서 출판의 판로가 막혀 상업출판만 범람할 것”이며 이에 따라 “지식상품의 문화복지적 안전망이 사라져 국민 지식경쟁력 기반도 잠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점조합연 이창연 회장도 “할인 경쟁이 출판시장을 지배하면 소수의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만 남을 것”이라며 ▦온ㆍ오프라인 모두 정가 판매(할인시에도 동일한 조건) ▦누적점수제, 경품, 쿠폰 등 금지(제공시 도서 할인율에 포함) ▦도서정가제 예외 도서 조항 삭제 ▦5년 한시법 폐지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조유식 대표는 “완전정가제를 도입한다 해서 동네서점이 살아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정가제로 인터넷서점이 몰락하거나 할인구매 기회가 없어지면 매출이 줄어들어 오히려 전체 파이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호해야 할 것은 문화생산자이지 특정 문화유통업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연대 최준영 실장은 “지금은 문화 욕구의 다변화, 온라인 유통산업의 급격한 성장, 서점의 입지조건 및 복합문화공간 기능 강화 등의 변화에 따른 출판계, 서점계의 구조적 변화의 시기”라며 “완전정가제는 이러한 유통변화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도서정가제 다툼보다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출판문화진흥활동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위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손봉숙 의원은 “인터넷서점을 통한 책 구입은 다음 세대에 친숙한 구매 방식”이라며 “책 읽기나 선물하기 운동 등 파이를 키우는 독서운동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은 “가격 규제로 출판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미디어 환경 전체의 변화라는 차원에서 출판ㆍ서점업계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원호 의원도 소형서점 구제측면에서 도서정가제의 실효성에 회의를 표시했고, 박찬숙 의원은 “출판사나 서점이 전근대적 구조를 바꾸려 노력하면서 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우상호 의원은 “2003년 도입된 현재의 도서정가제를 통해 인터넷서점이 기틀을 잡은 만큼 이제 거둘 때가 됐다”면서 “정가제로 할 경우 인터넷서점도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인터넷서점의 주 구매자인 20~40대 조사 결과 할인가격이 책 구입의 첫째 기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완전정가제를 하더라도 인터넷서점이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계진 의원은 “가격 경쟁이 문화상품의 본질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가제 도입에 찬성했다.
분분한 의견에도 성과는 있었다. 중소형 서점 줄폐업이 인터넷서점의 할인판매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 대부분 의원이 공감했고, 인터넷서점을 통한 할인판매를 많은 소비자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데도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독서운동 등 출판문화를 넓히거나 시장을 키우는데 더 힘써야 한다는 데도 대체로 동의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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