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일교류의 키워드는 2030과 글로벌화입니다.”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ㆍ67) 일본 포린프레스센터(FPC) 이사장은 한국에 지인이 많다. 2000년2월부터 2003년1월까지 주한 일본대사를 지냈기 때문 만은 아니다. 대사로 있으면서 제1차 교과서파동 등을 겪었던 그는 우리 외교통상부에 무려 8번을 불려가 항의를 받았다.
그 때마다 TV화면에 굳은 표정의 얼굴이 비쳤고, 그 장면은 한일관계가 갈등을 빚을 때마다 자료화면으로 사용되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서울에 오면 “우리가 어디서 만나지 않았나요” 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양국간 언론인 및 민간교류 증진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내한한 데라다 이사장의 표정은 무척 밝아보였다. 그는 22일 밤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 할말을 하면서 한국과의 교류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마치 새장에서 나온 새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FPC는 외국 언론의 취재활동을 지원하고, 뉴스를 공급할 뿐 아니라 언론인 교류사업을 주관하는 독립재단법인. 데라다 이사장은 FPC 업무 외에도 도쿄의 유엔대학 이사로 일하고 4월 한일 중고교생 골프대회를 주선하는 등 민간교류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책에서 본 일본, 책에서 본 한국이 아니라 이웃나라를 직접 생활로 경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일 교류의 초점은 풀 뿌리 교류, 그 가운데에서도 2030세대끼리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일보와 요미우리(讀賣)신문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민인식 여론조사결과(6월9일자 1면 등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데라다 이사장은 “50대와 386세대는 몰라도 2030세대까지 일본에 대한 인식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문제”라면서 “워킹 홀리데이제도를 적극 활용해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놓았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해마다 3,000명의 외국대학졸업생을 초청, 전국 공립고등학교의 외국어강사로 취업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5%인 150명 이상을 한국에게 할애해 한국어를 가르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韓流) 붐으로 한국어 배우기 열기가 일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데라다 이사장은 또 “일본은 해마다 개발도상국에 국제협력기구(JICA) 산하의 자원봉사단인 ’청년해외협력대’를 파견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프로그램을 마련해 양국의 청년이 외국에서 함께 땀을 흘리도록 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양국의 교류를 글로벌화하면 현재의 갈등이 찻잔 속 태풍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데라다 이사장은 한일관계를 포장되지 않은 길에 비유했다. 큰 방향은 서 있지만 비바람이 불면 길이 진흙탕이 돼 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대사로서 신임장을 제정할 당시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1998년10월의 한일공동성명으로 방향은 마련됐지만 길을 포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회고했다. 그 뒤 2001년 교과서파동으로 망가진 길은 2002년 월드컵으로 복원됐고, 최근 교과서 문제 등으로 다시 흙탕물이 고여 있다고 그는 말했다.
데라다 이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 대표들을 만난 뒤 24일 오전 귀국했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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