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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안방 석유까지 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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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안방 석유까지 넘봐

입력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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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확보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중국 3위의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의 상장법인인 중국해양석유유한공사(CNOOC)는 23일 미국 8위의 석유회사인 유노칼(Union Oil Company of California)을 185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사된다면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ㆍ합병(M&A)이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인수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고, 16억 달러의 부채도 승계한다. 유노칼 직원 6,500명의 고용승계도 보장한다. 유노칼과 인수ㆍ합병에 잠정 합의한 후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던 미국 2위의 석유회사 쉐브론텍사코에는 5억 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한다. 쉐브론은 4월4일 주식교환_현금지급 혼합으로 164억 달러를 지급하고, 직원들의 고용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했었다.

이런 중국의 공세에 미국 의회가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견제에 나섰다. 자칫 미국 내 석유부족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리차드 폼보 하원 자원위원회 위원장은 23일 “중국의 유노칼 인수는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권한을 발동해 중국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존 스노 재무장관도 이날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유노칼과 중국해양석유간에 인수ㆍ합병이 합의될 경우 당국이 승인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계도 가세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S&P는 “중국해양석유의 자금동원 능력으로 볼 때 인수는 무리”라며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메릴린치는 중국해양석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었다. 중국해양석유는 자사의 현금 30억 달러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에서 조달한 30억 달러를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부시 행정부가 개입한 뒤 결국에는 쉐브론이 인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국민들도 레노보의 IBM PC부문 인수, 하이얼의 매이텍 인수 제의 등 최근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미국 기업 공략으로 국부와 핵심기술이 유출되고 있다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에 유노칼도 “중국해양석유의 제의는 검토하겠지만 아직은 쉐브론과의 합의를 파기할 의사가 없다”고 소극적인 자세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사정이 급하다. 세계 2위의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외국산 석유의 공급부족 사태에 대비해 올해부터 16곳의 비축기지에 석유를 채우고 있고, 3년 이내에 3곳의 비축기지를 더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해양석유는 미국의 견제를 의식해 “유노칼을 인수해도 미국에서 생산된 석유와 천연가스는 미국 밖으로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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