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신분으로 민주노동당 중앙대의원에 선출돼 화제를 모았던 이계덕(18)군이 대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이군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바라는 대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여러 사람에게 인신공격을 받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 지난 15일 이메일로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군은 내신성적 상대평가제 폐지, 입시교육 희생자 추모제, 두발자유화 등 청소년 문제를 제기하는 각종 청소년 운동단체에 대해 ‘청소년판’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실망을 표현했다. 그는 “‘청소년판’의 주도권을 잡겠다며 청소년끼리 다툼을 벌이고 서로 비방하는 상황이 싫다.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일부 단체는 청소년을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정치 싸움에 휘말리는 것, ‘정치 지망생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것, 내가 가입하지도 않은 단체의 집회 관련 기사에 내 의견이 거론되는 것, 이 모든 것이 싫다”고 말했다. 이 군은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개인의 주장을 마음껏 펼치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 당원 및 대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청소년다운 자유로움이 사라졌고 청소년답게 놀 수도 없게 됐다. 남들이 청소년으로 봐 주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출범 준비 단계인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의 운영은 모 최고위원의 강력한 후원을 받는 특정 단체 출신 인물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으며, 예전부터 당원으로 활동했던 청소년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이 군은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민노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니며 탈당은 했지만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한다” 며 “9월 이전에 대의원 활동 내역보고서를 당에 제출해 대의원의 마지막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 초 국악예고를 졸업하고 비정부기구(NGO) 활동자 특별전형으로 성공회대에 입학한 이 군은 “너무 지쳐서 쉬고 싶다. 그렇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이 급하다”고 말했다.
이군은 올 2월 “당내 청소년 정책 입안에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민주노동당 중앙대의원에 출마, 노원갑 지역에서 당원 투표로 당선됐다. 당시 이 군의 당선은 최근 30여 년간 최초로 미성년자가 정당 대의원이 된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이 군의 탈당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원 갑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이 판단하고 선택한 문제라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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