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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3년만에 첫 해상위령제/ "엄마가 왔다… 널 못지켜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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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3년만에 첫 해상위령제/ "엄마가 왔다… 널 못지켜줘 미안하다"

입력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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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그들을 잊지 않았다. 아니 바다가 그들이었다.

“고 윤영하 소령,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중사, 그리고 박동혁 병장….”

하얀 국화 한 송이가 쑥색 바다를 한점 한점 수놓을 때마다 서해교전의 여섯 혼백은 차례차례 꽃이 되었다. “내 아들아, 무정한 내 새끼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유족들의 오열에 바다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흐느꼈다.

한국전쟁 하루 전으로 서해교전이 발생한 지 음력(5월18일)으로 3년째 되는 날인 24일 오후 2시 서해 연평도 서남쪽 20마일 해상. 한국형 구축함(KDX-1) 을지문덕함(3,975톤급)은 유족 14명과 생존병사 10명 등 100여명을 태우고 경기 평택시 2함대 사령부를 출항한 지 4시간 만에 2002년 6월29일 교전이 벌어졌던 바다 부근에 도착, 해상 위령제를 열었다.

을지문덕함은 당시 고속정 참수리 375호가 침몰한 곳보다 남쪽으로 12마일 떨어진 곳에 멈춰야 했다. 부모들은 “내 아들 잠든 곳으로 한 걸음만 더 가자”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유사 시에만 열리는 합참 통제선(연평도 남쪽 20마일)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3년 만에 처음 그 바다 부근이라도 찾은 부모들은 한풀이라도 하듯 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구슬픈 나팔소리가 갑판을 메우자 해군 제2전투전단장 임한규 준장은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그대들이 남기신 조국수호의 강한 의지는 흘러가지 않고 우리들 가슴속 깊이 남을 것”이라고 제문을 읊었다.

3주기가 돌아왔지만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의 슬픔은 가실 리가 없다. 향을 피우고 맑은 술을 따르고 절을 하고 합장을 하는 사이 그렁그렁 맺힌 눈물은 가슴까지 흘러내렸다. “아이고 도현아, 엄마가 왔다.” “상국아 이놈아, 너 혼자만 이 바다에서 얼마나 외롭냐.” “후원아 아버지가 너를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 부모들은 난간을 붙잡고 무너졌다.

고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60)씨는 “아들이 늠름하게 출항하는 꿈을 꿨는데 내가 이렇게 아들이 생을 마친 바다,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바다에 오게 됐다”며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독하게 마음먹고 추모행사엔 눈길도 주지 않던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원 없이 울었다. 출항 전 “울어 뭣 하느냐”던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63)씨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늘도 슬픔에 겨웠는지 100㎙ 앞을 분간할 수 없이 자욱하게 낀 안개는 산자들을 촉촉하게 감싸고 방울방울 눈물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바람도 거세게 불어 이들의 한을 말해 주었다.

살아남은 전우 역시 여섯 전사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다리에 상처를 입고도 병사들을 독려했던 이희완(당시 부정장) 대위는 “육신은 없지만 현장에 와서 전우들의 영혼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357전우회 회장 이해영(당시 갑판장) 상사도 “그날부터 오늘 이 시간까지 전우들을 잊은 적이 없다”며 “전우회 23명 모두는 아들을 잃은 부모들에게 자식노릇 하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여섯 전사의 희생이 자꾸 잊혀지는 현실에 대해선 모두들 안타까워했다. 유족들은 “자꾸 감추기만 하려는 정부에게 뭘 바라겠느냐”라며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았고, 전우회 회원들은 “보훈의 달(6월)만이라도 현충원에 들러 이들뿐 아니라 호국영령에게 꽃 한 송이 놓고 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30분 만의 아쉬운 회항. 뒷갑판 난간 너머 손을 뻗은 부모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고이 고이 잠들어라.”

함상=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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