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행정도시 건설과 함께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첫 그림이 나왔다. 이전 대상 176곳을 핵심공기업, 특화산업군, 유관기능군, 기타로 분류한 뒤 각 기관의 인원ㆍ예산ㆍ지방세 규모 등을 고려해 패키지로 묶고 이를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12개 광역시ㆍ도에 배분하는 작업이다.
이전 자체에 대한 논란과 함께 대상기관이나 지자체의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였던 만큼 예상했던 대로 배분방식과 결과, 그리고 후유증과 과제 등이 벌써부터 쏟아져나온다.
사실 3만여명이 종사하는 200개 가까운 기관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옮기는 일을 관련 당사자들의 합의를 얻어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퍼즐맞추기다.
때문에 정부가 나름의 기준을 마련해 강제할당 방식으로 이전기관과 시ㆍ도를 결정한 것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또 국토 균형개발이라는 장기 국가어젠다를 구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낭비와 비효율은 감내해야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전에 광역 시ㆍ도나 이전기관 노조를 상대로 협조 및 지원을 포괄하는 협약을 맺은 것도 후폭풍 최소화의 노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공공기관이 들어설 혁신도시 입지선정 지침을 확정해 9월말까지 시도지사와 협의해 후보지를 선정하고 늦어도 2007년엔 공사를 시작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그러나 유치희망이 좌절된 부산 등 일부 시나 알짜 수익원을 내놔야 서울ㆍ경기ㆍ인천의 반발이 거세고 적잖은 공공기관은 이전의 합리성과 업무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데다, 혁신도시를 표방하는 시ㆍ군ㆍ구의 과열경쟁이 우려되는 등 곳곳에 암초가 널려있다.
야당도 ‘정치적 노림수를 가진 나눠먹기이자 지방균열정책’이라며 제동을 걸 태세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우물쭈물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며 밀어붙이기 유혹에 빠지기 쉬우나 서둘러서 끝이 좋은 경우는 한번도 없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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