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한국사람처럼 보양식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이며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보양식을 찾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여름 보양식은 대부분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보양식을 안 먹느니만 못하게 된다. 또 더위를 피하려고 먹는 냉콩국수나 수박, 주스 등도 경우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세란병원 내과 이지은 과장은 “아무리 좋은 음식도 몸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된다”며 “특히 만성 질환자들은 기운이 딸리거나 속이 허하다고 함부로 아무 음식이나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간경변증 환자, 보신탕 삼계탕은 금물
만성 간염환자는 간세포 재생을 늘리고 체단백 손실을 막기 위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다르다. 단백질이 소화될 때 나오는 암모니아가 간에서 요소로 해독되지 못하고 뇌 세포에 영향을 줘 간성혼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복날이면 종종 간성뇌증으로 응급실로 실려가는데 이는 대부분 보신탕과 삼계탕과 같은 고단백의 음식들이 주요 원인이다. 보통 간성뇌증 등의 합병증이 없는 간경변증 환자에게 적당한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몸무게 1㎏당 1g 정도. 물론 단백질을 너무 제한하는 것도 체력을 저하시키므로 하루 40g 정도는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간성뇌증이 나타나면 단백질을 현저히 줄여야 한다. 몸무게 1㎏당 0.25㎏부터 시작해서 2~3일 간격으로 조금씩 늘여 회복기에는 체중 1kg당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식물성 단백질은 간성뇌증을 일으키는 빈도가 낮은 만큼 단백질 공급원을 콩, 두부, 생선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 담석증ㆍ췌장염 환자 고지방식 피해야
담석증은 주로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고지방 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담석증 환자가 통증발작을 피하기 위해서는 과식하지 말고 지방질 섭취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여름철 보신 식품인 보신탕, 삼계탕, 장어구이와 같은 음식은 고단백 식품이면서 동시에 많은 양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이런 음식들은 담석통증을 일으킬 위험이 매우 크다. 그렇다고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 지방양이 작은 살코기나 생선류를 먹는 것이 좋다. 또 굳이 닭고기를 먹고 싶다면 껍질을 없애고 먹어야 한다.
정상체중이면 하루 지방 30g, 단백질 80g, 에너지 2,200㎉ 정도의 식사량이 이상적이다.
지방이 많은 문어, 오징어, 햄, 베이컨, 소시지 등은 통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삼가야 한다. 대신 어패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육, 어묵튀김 등의 수산 가공품은 식품 첨가물의 종류를 알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췌장염 환자들도 고지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췌장염 환자가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췌장이 아주 강한 자극으로 인식, 췌장액을 분비하기 때문에 심한 통증과 함께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 신부전증 환자, 콩 과다 섭취 금물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고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먹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콩국수. 하지만 콩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두부나 두유, 콩과 같은 음식의 과다섭취는 좋지 않다.
신장기능이 만성적으로 떨어진 신부전증 환자는 이런 음식들을 과다 섭취했을 때 고칼륨 혈증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콩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칼슘. 철. 칼륨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특히 콩단백질인 이소플라본은 당뇨를 억제해서 고혈압을 예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부전증 환자들이 콩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진다. 정상인은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콩팥 기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칼륨이 그대로 남아 고칼륨증으로 이어지면서 심장부정맥을 유발할 수도 있다.
▲ 관절염 환자, 돼지ㆍ닭고기가 통증 부를 수도
만성 관절염이 있는 사람이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밤에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혈액순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관절염이 있으면 정상인보다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다. 여기에 포화지방산이 많은 닭고기나 돼지고기의 지방이 들어가 혈액순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으므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 당뇨병 환자, 식후 수박 한 조각, 무가당 주스도 조심을
여름철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과일 중 하나가 바로 수박이다. 갈증을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당분이 많아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무심코 먹는 한 조각의 수박이 쇼크를 부를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당뇨가 있다면 주스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간혹 무가당 주스는 괜찮을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가당 주스는 추가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무가당 주스라 해도 과일 자체의 당 성분은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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