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총선 낙선자 챙기기 인사가 도를 넘었다.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한국조폐공사 사장으로 각각 내정된 이철 전 의원과 이해성 전 청와대홍보수석은 모두 지난해 총선 때 부산 지역 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사들이다. 청와대측은 이들의 내정 배경에 대해 “공기업에 혁신과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방만과 저효율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기업 분야 개혁을 위해 정치력과 개혁성을 갖춘 인사를 발탁하는 것을 무조건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력과 개혁성의 잣대가 ‘우리 사람’이라면 말이 안된다. 공기업 사장을 공모해 놓고 결국에는 다른 지원자는 들러리로 세우고 봐줘야 할 자기네 사람을 뽑는다면 누가 수긍할 것인가.
더욱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인사들이니 구설에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이철 전 의원이 내정된 철도공사의 경우 ‘유전 의혹’으로 조직이 초토화한 상황인데 비전문가가 낙하산 논란 속에 부임해서 무슨 수습을 하고 어떻게 내부를 다잡을 수 있겠는가.
청와대의 낙선인사 챙기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추병직 건교부장관,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 윤덕홍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이사장 등은 모두 지난해 총선 때 영남지역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인사들이다. 최근 임명된 한이헌 기술신보이사장은 2002년 부산시장선거에서 여당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선거 때 여당후보로서 표 얻기가 어려운 영남지역에 몸을 던진 인사들에 대해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요한 공직을 낙선자 봐주기에 활용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정부 산하기관의 주요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역대 정권부터 내려오는 잘못된 관행이다. 도덕성을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 현 정권이 이런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 부끄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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