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민영기업이 된 KT의 주식을 정부 차원에서 재매입할 의사를 나타내 파장을 낳고 있다.
진 장관은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EK 2005’ 정보기술 전시회장을 방문한 뒤 외신기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2002년 민영화한 KT 주식을 정부에서 되사고 싶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또 “KT를 다시 공기업화할 만큼 많은 주식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여 KT 주식 재매입 의사에 무게를 실었다.
진 장관의 발언은 미국 블룸버그통신을 타고 세계로 타전됐고, 국내 증권가를 뒤흔들었다. 정통부는 “KT 주식 재매입을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KT 주가는 23일 4만3,250원으로 발언이 있기 전보다 2.88%나 뛰었다. 여기에 한 외국계 증권사는 “정통부가 논의를 진행중인 것 같다”며 정통부의 KT 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거론한 분석자료까지 냈다.
진 장관의 발언은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진 장관은 지난 15일 정통부 출입기자들에게 “KT 민영화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가 국가정책을 위해 KT 주식을 다시 사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진 장관과 정통부는 즉각 “진 장관의 사견일 뿐, 전혀 검토한 적 없다”며 기사화를 적극 막았다.
이에 따라 진 장관의 발언이 사견이 아닌 정책적 판단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진 장관은 15일 발언 당시 “공기업을 모두 민영화한 아르헨티나는 (정책을 집행할) 툴이 없어 제대로 정책을 펴지 못했다”며 “우리도 정책을 집행하려면 툴이 필요하다”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이는 정통부가 통신요금 등 통신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를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이 통상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외국계 투자자본들은 KT 등 국내 기간통신업체의 외국인 지분한도(49%)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정통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서 KT를 제외시키기로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합의했으나 진 장관의 발언이 확산될 경우 KT가 다시 통상협상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