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서 곰은 100일간 쑥과 마늘만 먹고 사람이 됐다. 서양의 소설과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드라큘라는 십자가와 함께 마늘을 가장 무서워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모두 마늘 특유의 독한 향과 맛이 사악한 기운을 쫓아준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사례다.
마늘은 강한 향과 매운 맛 때문에 그동안 음식의 양념이나 향신료 정도로만 이용됐다. 그러나 최근 마늘을 주재료로 한 요리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웰빙 흐름 속에 갖가지 조리법이 개발되면서 몸에 좋은 효능이 발견된 마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패밀리레스토랑 ‘매드 포 갈릭’(Mad for Garlicㆍ마늘에 미치다)은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이 식당은 올리브오일에 구워 고소한 맛을 내는 통마늘을 마늘빵에 끼워먹는 ‘드라큘라 킬러’(8,400원), 다진 마늘과 멕시칸 고추 등을 듬뿍 얹어 구워낸 ‘스페셜 피자’(1만4,600원), 마늘 소스로 맛을 낸 ‘갈릭 스테이크’(2만9,800원) 등 마늘을 주재료로 한 40여가지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프렌치 레스토랑 ‘클로브’, 마늘삼겹살 마늘냉면 등 모든 메뉴에 마늘이 들어가는 ‘마늘나라’(서울 동작구 사당동. 경기 부천시) 등 마늘 전문 요리집은 ‘한때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마늘을 주재료로 한 메뉴가 인기다. 베니건스는 등심으로 만든 ‘엠파이어스테이크’(1만8,800원)에 담백하게 구운 통마늘을 사이드메뉴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 메뉴는 출시 이후 베니건스의 ‘인기메뉴 20’에 늘 올라있다.
T.G.I.프라이데이스는 토마토, 새우와 함께 마늘로 맛을 낸 ‘칠리ㆍ갈릭 쉬림프 파스타’(1만3,500원)를 출시했고, 마르쉐는 마늘빵에 설탕과 튀긴 마늘을 입힌 ‘갈릭허니토스트’(3,900원)를 디저트로 판매하고 있다. 크림 스파게티처럼 아무리 느끼한 음식이라도 일단 마늘만 들어가면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정크푸드’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마늘을 이용한 메뉴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KFC는 쌀가루로 옷을 입힌 치킨에 마늘 맛을 곁들인 ‘허브갈릭치킨’(3,500원)을 최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4주 만에 200만 조각 이상이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아는 빵에 생마늘을 그대로 넣은 ‘한우불고기버거’(5,000원)를 내놓았는데, 가장 비싼 메뉴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농심의 ‘무파마 탕면’은 무로 맛을 낸 국물에 파와 마늘이 듬뿍 들어있는 것이 특징. 농심 관계자는 “수프에 마늘이 5.6% 함유돼 있어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최근 샘표가 내놓은 안주 브랜드 ‘질러’ 중에서도 마늘과 버섯을 그대로 잘라 가공 처리한 ‘느타리버섯과 마늘’, ‘표고버섯과 마늘’(각 4,000원) 등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파리바게뜨에서는 갈릭 베이글ㆍ바게뜨ㆍ브레드 등 3종의 마늘빵을 판매하고 있는데, 마늘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성 고객들이 즐겨 찾는 메뉴가 됐다.
마늘의 효능과 이용법
농협마늘전국협의회에 따르면 마늘은 감기 예방, 변비에서부터 고혈압은 물론 암 예방에 이르기까지 20여가지의 검증된 효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증상에 따라 효능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증상별 조리ㆍ음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마늘 3쪽과 생강을 강판에 갈아 물에 섞은 후 따뜻하게 데워 아침, 저녁 공복에 음용하는 것이 좋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는 이보다 마늘 양을 2배로 늘려 복용한 후 죽 등을 먹는다. 변비일 경우에는 식사 후 즉시 마늘 물을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생마늘 2쪽 정도를 매일 된장에 찍어 먹거나, 마늘 물을 식후 30분 내에 음용하는 것이 좋다. 또 종기나 부스럼이 났을 때는 마늘즙을 3㎜ 두께로 덮은 후 10분 정도 지나 떼어내고 물로 말끔히 씻으면 부스럼을 제거할 수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평균적인 크기(10g)의 마늘을 매일 2~3쪽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며, 위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생마늘 섭취는 피하고 굽거나 삶아서 먹는게 좋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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