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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총기난사 현장검증/ 金일병 "미워서 다 죽이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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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총기난사 현장검증/ 金일병 "미워서 다 죽이려했다"

입력
200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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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 최전방 경계초소(GP) 총기난사 사건 범인 김모(22) 일병은 22일 GP 사건현장에서 보도진이 배제된 채 군 수사관들과 생존병사들, 유족 대표 8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범행장면을 재연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 일병은 포승줄에 묶인 상태에서 빈 탄창의 K-1 소총과 화약을 제거한 수류탄 등 범행도구를 휴대한 채 담담하고 태연한 모습으로 범행상황을 보여 주었다.

김 일병은 현장검증 내내 약간 웃음 띤 얼굴로 보일 정도로 매우 냉정한 표정이었으며, 유족들의 질문에도 차분히 대답했다.

숨진 차유철 상병의 아버지 정준(52)씨는 “‘왜 그랬느냐’고 묻자 김 일병은 ‘미워서 다 죽이려고 그랬다’고 대답했다”면서 “사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날 새벽 3시까지 조사를 받았다는 생존 병사들의 지치고 불안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고 전했다.

차씨는 “쫓아가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직접 얼굴을 보니 인간으로서 불쌍했다”고 덧붙였다. 고 조정웅 상병의 아버지 조두하(50)씨도 “그를 보면 화가 치밀어 당장 달려들 것 같았는데 정작 너무 담담한 표정에 차마 어찌해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허탈해 했다.

유족들은 간간이 질문하고 항의도 했으나 김 일병과 별다른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범행장면 재연은 김 일병이 GP 감시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것에서 시작돼 내무반에서 총기를 꺼내 화장실에 들러 탄창을 끼운 뒤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가 침상에 수류탄을 던지는 순으로 진행됐다.

김 일병은 총기를 꺼내기 전 내무반 출입문 오른쪽 자신의 침상 앞에 서서 2~3분간 고개를 숙인 채 고민하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일병은 병사 수가 적은 오른쪽 침상으로 수류탄을 던진 이유를 묻자 “동기인 천모 일병이 왼쪽 침상에 있어 오른쪽으로 던졌다”고 답했다.

김 일병은 이어 복도로 나와 체력단련실에서 전임 GP장을 쏜 뒤 상황실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장면까지 재연했다. 그러나 현장검증은 범행 순서와 수사 부실 등을 문제 삼는 유족들의 항의로 40여분 만에 중단됐다.

한편 이날 희생장병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전몰군경용사회와 상이군경용사회, 군경미망인유족회 등 보훈단체 회원과 장병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이인제 자민련 의원도 조문했다.

또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기획예산처, 법무부 등 8개 부처 장관 부인들이 합동으로 찾았으나, 일부 유족은 “당신 자식들은 군대 갔어? 다 빼돌려 놓고 어디 얼굴을 들고 나타나느냐”고 고함지르며 조문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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