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시절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금의 절반가량이 엉뚱한 용도로 유용되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는 국민을 맥 빠지게 한다.
정책을 펴다 보면 어느 정도의 자금유실은 불가피하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 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지원금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악덕 벤처기업의 손쉬운 먹이로 전락한 것을 보면 벤처 지원사업이 과연 국가가 벌인 사업이었던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수출보험공사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중소ㆍ벤처기업 보증보험 지원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2001년 808개 벤처기업에 2조2,122억원이 지원됐으나 20일 현재 409개 기업이 부도 나 기술신보가 9,018억원을 대신 갚는 등 8,046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부도를 면한 기업 중에서도 319개 기업은 만기를 연장, 6,057억원의 추가손실이 예상되는 등 부실 벤처기업 보증대가로 1조원 이상이 사라지게 됐다.
구체적인 유용사례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지원금으로 부동산과 골프회원권을 사들인 뒤 부도가 나자 해외로 도피하는가 하면, 주식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아예 개인계좌로 빼돌리는 등 벤처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부 지원금은 완전히 ‘눈먼 돈’으로, 먼저 가로채는 사람이 임자였던 것이다. 한 정권의 무리한 전시성 정책이 어떤 결과를 빚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는 현 정부의 벤처 활성화대책 역시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감사원이 당시 기술신보 이사장을 고발하고 관계자들을 문책토록 통보했지만 기술평가 상환능력평가 등의 심사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는 한 혈세 유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까지 지원규모가 10조원에 이르는데다 조건도 파격적이어서 정부 지원금이 ‘눈먼 돈’이 될 확률은 더 높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