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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지역·민족 블록화하는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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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지역·민족 블록화하는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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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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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미국, BBC는 영국의 방송인데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이라크 전쟁을 미국, 영국 말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머지 않아 이 같은 고민이 해결될 것 같다. 세계 곳곳에서 CNN과 BBC에 대항하는 뉴스 채널 만들기 바람에 뜨겁기 때문. 중남미의 텔레수르(Telesur), 프랑스의 CFⅡ, 러시아의 RT(Russia Today)TV, 아랍 알 자지라 방송의 영어 뉴스 전문 채널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까지, 자기 나라 일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알리기 위해 뉴스 채널 개국을 눈 앞에 뒀거나 준비에 한창이다.

텔레수르와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은 미국과 유럽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다. 지금껏 아랍과 중남미는 세계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는 CNN과 BBC의 강력한 전파력에 의존해 자국 소식을 알려 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자기 뜻대로 알리지 못했고 심지어 자국민들까지도 자국 언론 대신 CNN과 BBC를 철썩 같이 믿어 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텔레수르는 중남미가 더 이상 미국의 앞마당이라 불릴 수 없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주도하는 이 방송은 24일까지 시험방송을 한 뒤 9월 중순 정식 개국한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제작되는데 방송의 40%는 중남미 각국 언론이 보내는 뉴스로, 60%는 중남미의 사회와 문화를 알리는 자체 제작물로 채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아랍의 시각으로 전달해 성공을 거둔 알 자지라는 영어 뉴스 전문 채널을 통해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취재 범위를 넓혀 중동의 시청자 외에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이슬람 신자를 끌어 안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CNN의 안방인 미국인들까지도 직접 상대하겠다는 포부다.

CNN 전 앵커였던 리츠 칸을 영입, 미국의 저명 인사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을 맡길 예정이다. 새로 뽑고 있는 230여명의 취재진 중 상당수는 미국과 유럽 국가 출신으로 채운다.

강대국들이 뉴스 채널 만들기에 열심인 이유는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400만 달러를 들여 프랑스 최대 방송사인 TF1의 지원 아래 국제 뉴스 채널 ‘CFⅡ’개국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 전을 놓고 미국과 한바탕 힘 대결을 펼치면서 미국 언론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여론전에서 밀렸다는 아쉬움 속에 프랑스 자체의 국제 뉴스 채널을 계획했다. 우선은 프랑스어로 대부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일부는 영어와 다른 유럽 국가의 언어로 만들 예정.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언론이 러시아의 실상을 왜곡 보도하는 바람에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며 자체 홍보 방송 ‘RT(Russia Today)-TV’를 만들기로 했다.

방송은 영어로만 진행되며 국제뉴스와 국내뉴스를 7대 3 비율로 다룰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 공보수석인 알렉세이 그로모프와 대통령 언론 담당 고문인 미하일 레신의 책임 아래 올해 말까지 3,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기자 200명을 포함하는 500여명의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

독일은 국제 방송인 ‘도이체 벨레’의 영어 방송 시간을 늘리기로 했고 중국 역시 국영 방송 CC-TV의 국제 뉴스를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조류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뉴스 보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외면한 채 각 정부의 나팔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아랍권을 넘어 세계로 간다. 알 자지라 방송이 영어 전문 채널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을 만들기로 한 것은 ‘반미의 선봉’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목적이 강하다.

알 자지라는 지금껏 반미, 반서구의 시각을 경쟁력으로 영향을 키워 왔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당시 서방과는 다른 눈으로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고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반미 세력의 얼굴과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얻은 알 자지라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중동 지역에서 6,500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 CNN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브랜드 채널 닷컴’ 조사 결과 지난해 브랜드 영향력에서 애플, 구글 등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오히려 ‘알 자지라는 미국에 대항하려는 이슬람의 선전 도구’라는 이미지를 깊게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알 자지라는 더 큰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는 ‘반미’ 이미지를 지워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영어 채널 개설을 추진하게 됐다.

앞서 지난해 스포츠 채널을 만들었고 영어 채널 개설과 함께 어린이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은 카타르 도하와 콸라룸푸르, 런던, 그리고 워싱턴에 메인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취재 분야는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넓히고 아랍어를 쓰지 않는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교도 2억4,000만 명과 미국인 시청자 확보가 목표다.

알 자지라의 시도에 대해서 반미 이미지가 워낙 강해 새로운 시청자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이미 서구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정착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9월 개국 텔레수르

‘텔레수르(Telesur)’는 중남미의 알자지라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중남미의 뉴스를 중남미의 눈과 귀로 보고 듣고 전달하겠다 뜻이다. 중남미 국가들은은“우리만의 시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생긴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텔레수르는 뚜렷한 반(反)미 성향을 띨 전망이다.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미국의 자본과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는 일은 영원한 숙제로 여겨져 왔다. 텔레수르는 그 실천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9월 텔레수르가 출범하면 중남미에서 좌파 바람과 반미 바람이 한층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다. 텔레수르의 지분이나 인적 구성을 보면 반미색채는 더 짙어진다.

텔레수르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남미에서 반미를 주도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다. 두 나라는 텔레수르 지분의 70%(베네수엘라 51%, 쿠바 19%)를 보유, 사실상 텔레수르를 지배하고 있다. 텔레수르의 프로그램 제작을 총지휘할 아람 아로니안 역시 반미 성향 인사다. 그는 우루과이 언론인 출신으로 미국은 적, 이라크 전쟁은 대량학살로 표현하고 있다.

텔레수르가 태생적으로 지닌 반미 성향은 매체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짝 인기’는 누리겠지만, 길게 보면 매체의 신뢰도를 흔들어 역풍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반미가 곧 뉴스의 객관성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벌써 차베스 대통령 측근 안드레스 이즈라 공보장관이 텔레수르 경영자로 임명되자 텔레수르를 ‘텔레 차베스’라고 비난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텔레수르에 대해 적극 지지란 구두약속만 하고 한발 물러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미국은 텔레수르가 중남미 좌파정권의 홍보수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리처드 바우처 전 미 국무부 대변인은“차베스와 카스트로가 자신들을 홍보하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도구”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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