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 중 일부가 내년 초에 철수한다.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인 존 바인스 미 육군 중장은 21일 미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화상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선거가 끝나면 일부 병력은 더 이상 이곳에 주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가 10월 새 헌법 채택을 위한 국민투표 후 12월에 새 정부를 구성하면 미군의 일부가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바인스 중장은 철군 규모와 시기에 대해 “현지 사정에 따라 4~5개 여단이 내년 3월에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13만 5,000명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2,000~1만5,000명 정도다.
미국이 구체적인 철군 시기를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 철수를 기다리고 있고 그에 맞춰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는 논리로 철군 주장을 반박해왔다.
AFP 등 외신들은 미군의 이 같은 발표를 최근 미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반전 여론과의 타협책으로 풀이했다.
바인스 중장은 “이라크 방위군의 치안능력 향상에 따라 미군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철군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중대한 상황의 변화가 없이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급격하게 감축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항세력의 숫자는 미군의 진압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다”고 실토했다. 현 상황에서 전면적인 철수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미국 내에서는 장기화하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고 있다. 개전 이래 미군 사망자는 1,700명을 넘었고, 모병 기피 풍조가 퍼지고 있다. USA투데이와 CNN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찬성한다는 사람은 39%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에서는 60%가 미국이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졌다고 응답했다. AP의 여론조사에서는 41%만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 수행 방식에 찬성했다.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마저 조기 철군을 거론했다. 미 하원에는 16일 부시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철군계획과 후속조치를 발표하라는 결의안이 제출된 상태다.
바인스 중장의 미군 철수 일정 언급에 대해 호샤르 제바리 이라크 외교장관은 “이라크 방위군의 장비와 훈련이 그 때까지는 향상될 것이므로 2006년 초 미군의 일부 철수가 있어도 이해할 만하다”고 밝혔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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