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사건 발생 3일 만에 이뤄진 윤광웅 국방장관의 사의 표명은 이번 참극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 여론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군에 대한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려 8명이 숨진 참극으로 인한 국민들의 충격이 컸던 데다, 사건 발생 이후 군의 적극적인 대처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가족과 언론 등을 통해 의혹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 총기난사 사건에 앞서 13일 북한 현역군인 한 명이 최전방 3중 철책을 유유히 통과해 월남한 뒤 4일 동안이나 전방지역 야산 일대를 배회하고 다니다 주민에게 발견되는 어이없는 사건도 사의 표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 정서상으로는 총기난사 참극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국가안보 측면에서는 철책선 경계에 허점이 드러난 사건도 이에 못지않게 위중하다는 것이 군 내부의 판단이다.
잇따른 사고로 인해 군기가 땅에 떨어지고 국민들의 지탄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군 안팎에서는 “더 이상 말로만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윤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하는 등 정치권에서 윤 장관의 거취 문제가 정쟁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윤 장관을 사의 표명 쪽으로 몰고 갔다. 더욱이 열린우리당까지 ‘진상규명 뒤 책임자 문책’을 거론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장관은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현 정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윤 장관의 사표 수리를 일단 유보했다. 그 이유는 우선 사고 수습이 무엇보다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 장관이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의 일을 마무리하는 게 순리라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노 대통령은 또 그전부터 한두 건의 사고 때문에 장관을 즉각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해왔다. 하지만 윤 장관을 끝내 교체하지 않고 버티기에는 싸늘한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야권의 거센 반발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내달 개각 때 자연스럽게 윤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윤 장관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고가 수습된 뒤 결국은 수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