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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자랑스런 나의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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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자랑스런 나의 제자들

입력
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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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학생들은 최근 ‘평강의 집’을 다녀왔다. ‘평강의 집’은 ‘효 사상을 일깨우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자’는 취지로 학교와 결연을 맺은 노인복지 시설이다. 매달 한 학급이 찾아가 위문봉사 활동을 한다. 이번 달에는 우리 반이 방문을 맡았다.

‘평강의 집’은 학교에서 차로 7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다. 보통 살림집보다 조금 더 큰 건물로 25명의 노인이 살기에 좁아 보였다. 10평 남짓한 방에는 예배를 볼 수 있는 단상과 긴 의자가 몇 개 있었지만 너무 좁았다.

학생들이 들어가자마자 한 할머니께서 “오늘을 많이 기다렸단다”며 반갑게 학생들 손을 잡았다. “1년에 한두 번 오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렇게 매달 와 주시니 뭐라고 감사해야 할 지…”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학생들이 준비한 위문 공연을 시작했다. 무대도 비좁고 마이크 장치도 없어 귀가 어두운 할머니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듯해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치는 박수 소리는 너무나 우렁차게 들렸다. 기뻐하시는 모습이 천진한 꼬마 같았다.

가요 ‘어머나’를 신나게 부르는 학생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시고 마술 쇼를 보고 큰 박수로 답례도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학생 모두가 합창을 할 때 할머니 몇 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학생들도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처음 만남이지만 친할머니처럼, 친손자처럼, 서로 감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안마해 드리며 이야기 나누기’시간이 되었다. 어린 학생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할머니 시원하세요?” “나도 이런 손자 손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정다운 이야기가 오고 갔다.

올해 3월 부임한 뒤 ‘시골에 사는데도 시골 아이들답지 않다’고 생각할 만큼 자기 중심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애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합창할 때 너무 슬펐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울고 계셔서 눈물이 났어요. 좀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정말 안타까웠어요. 우리보다 못살고 가난하고 자식도 없고 ….”

헤어질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말씀하셨다. “ 얘들이 내 손자라면 좋겠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깊어질 대로 깊어진 주름과 마른 장작 같은 거친 손으로 내 손을 잡을 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최영숙ㆍ전북 원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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