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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포경회의/“상업포경 금지” 현상태 유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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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포경회의/“상업포경 금지” 현상태 유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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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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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큰 덩치의 동물인 고래의 자원관리 문제를 놓고 한 달 가까이 논쟁을 벌인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울산회의는 결국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두자(잡지 말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27일부터 각국 정부 대표, 과학자, NGO 등 세계 60여개국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는 워크숍, 과학위원회, 실무위원회, 총회 등 4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초점은 끝부분에 일정이 잡힌 총회(20~24일)로 모아졌다.

22일 총회는 일본의 과학조사 포경 확대 계획안(JARPA Ⅱ)에 반대하는 호주의 결의안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이날 58개 회원국은 호주의 결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벌여 찬성 30표, 반대 27표, 기권 1표로 일본의 계획안에 반대했다. 한국과 중국은 반대표를 던졌다.그러나 일본은 "반대 결의안 통과와 상관없이 11월부터 남극해에서 과학조사 포경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21일 총회에서는 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인 상업포경 재개 여부를 가늠할 개정관리제도(RMS:Revised Management Scheme)에 대해 하루 종일 열띤 토론이 벌어졌으나 포경 찬반 국가간 의견은 극명히 갈렸다. 결국 포경 찬성국 일본이 제안한 RMS 수정안을 찬성 23표, 반대 29표로 부결시킴으로써 포경 재개를 위한 시도 자체가 무산됐다.

RMS는 상업포경 재개에 대비한 고래 자원 관리방법을 가리킨다. IWC는 1994년 이후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으나 찬반국간 대립이 첨예해 진전이 없자 지난해 IWC의장이 고육책으로 대타협안(의장안)을 제시했다. 총 9개 항목의 이 의장안에 대해 지난해 12월 스웨덴 1차 실무협의에서 3개 항목이 추가, 12개로 늘어났고 3월 덴마크 2차 실무협의에서 항목별로 몇 가지씩 조건이 다시 붙는 등 RMS 개정작업은 갈수록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돼왔다.

상업포경 재개를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이번 회의 전후에 시종 드러났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회의 시작 한달여 전부터 국내에서 진을 치고 포경 반대를 외쳤다. 고래가 멸종 위기의 동물이라는 과학적 근거 제시 수준을 넘어 ‘포경은 동물 학살’이라며 감성에 호소했다.

특히 미국이 포경 반대 움직임을 주도한 가운데 이에 동조하는 호주 뉴질랜드 독일 영국 등은 정부책임자인 환경부장관을 파견,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과학포경 확대 시도를 집단 성토하는 등 연합전선을 폈다. 벤 브래드쇼 영국 어업장관은 “포경을 계속하면 후손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며, 작살 등으로 고래를 죽이는 잔인한 방법은 문명국가로서 있을 수 없다”면서 “고래와 같이 지능이 뛰어난 포유류의 복지도 인간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으로 대별되는 포경 찬성 국가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일본은 회의 초반 “과반수 이상 국가들이 상업포경 재개안의 통과를 도울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1일 자국이 제안한 RMS수정안이 표결에서 거부되자 “IWC 탈퇴는 물론 일본 200해리 수역 안에서 자체적으로 상업포경을 재개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전통적 포경국인 노르웨이, 일본과 함께 가봉 기니 도미니크공화국 등 남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주변 6개국도 포경 재개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역량과 위치상 그 목소리는 그리 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제57차 IWC회의는 고래 문제를 단지 특정 동물의 ‘자원 관리’ 차원에서만 다루지 않는 국제적 현실을 보여주며 고래에 대한 다양한 가치와 주장, 국력의 중요성 등이 함께 표출된 이색적인 장이었다. 한국의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힘이 센 포경 반대 국가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통상 문제 등 본질 이외의 부분까지 거론하며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포경 재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 헨릭 피셔 IWC회장

헨릭 피셔(59)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 의장은 11일 입국한 이래 내내 말을 아꼈다. 20일부터 57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총회를 주재하면서도 “모든 건 회원들의 표결로 결정된다”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비켜갔다.

하지만 그는 14일 꼭 한 번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도 상업포경 재개 결정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회의 난제는 개정관리제도(RMS)의 개정”이라면서 “1년 전부터 개정관리제도를 완성하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해왔으나 회원국들간 이견이 많아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전망했다.

그의 말은 들어맞았다. 21일 RMS 의제 채택에 대한 난상토론은 결론이 나지 않았고 일본이 작정하고 RMS 수정안을 제시,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됐다.

피셔 의장은 일본 등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업포경 허용에 대해 “고래를 잡을 것인 지 말 것인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의해 어떻게 고래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고래가 어자원을 감소시키시는 주범이라고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해 일본 등 일부 국가의 주장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지적했다.

피셔 의장은 “한국은 IWC 규정을 잘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환경단체가 부각시킨 울산의 혼획 고래 위생처리장 문제에 대해서는 “불법어로가 아니고 전문 가공공장이 아니므로 재량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울산=차형석 기자 stevecha@hk.co.kr

■ 한국 "잡고는 싶지만…" 어정쩡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를 유치한 한국은 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인 상업포경 재개 문제에 대해 시종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은 총회 개막식이 열린 20일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래 자원의 지속적 이용은 찬성하나 상업포경에 대한 찬반 입장은 밝히기 힘들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잡고는 싶지만, 잡아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라는 뜻으로 들렸다.

오 장관은 상업포경 재개의 전제인 개정관리제도(RMS) 완성 문제를 설명하면서 “IWC 조약 중 하나인 ‘상업포경 유예 관련’ 10조e항(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유예한다)의 조항 삭제 결정에는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이에 대한 찬성이 우리 정부가 상업포경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을 뒤집는 등 “잡을 의사는 있지만, 상업포경 찬성이 한국의 공식입장이라고 기사화하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하는 듯했다.

또 21일 57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RMS 토론에서 일본측이 10조e항의 삭제 등을 요구하며 새로운 제안을 내놓자 우리측 대표는 “총회 개최지인 울산시민은 물론 우리 한국민들도 이번 회의에서 RMS를 채택하지 못한다면 큰 실망감을 보일 것”이라고 한 몫 거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공개투표에서는 결국 기권표를 던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손님을 유치한 입장에서 싸움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게 국제관례”라며 “내용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치, 포경 재개를 염원하는 울산시민의 입장, 포경국인 인근 일본과의 관계 등 복잡한 여건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울산=목상균기자

■ 美방송, 한국인 비아냥

“보신탕을 즐겨먹는 한국인들로서는 포경 금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 미국 MSNBC 방송이 22일 울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 총회 기사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방송은 울산 한 보신탕집 직원이 “전통적으로 고래고기와 개고기는 천상의 맛을 제공한다. 특히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99가지의 독특하고 서로 다른 맛을 갖고 있다”고 말한 내용을 내보내고 “한국인들은 주로 개를 식용으로 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울산에서 비밀리에 고래고기 거래를 하는 한국인의 “고래를 잡지 못하게 하는 국제기관의 조치로 울산 등 해안도시의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말을 소개하고 한 고래고기 음식점 직원이 “일단 먼저 맛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웃으면서 손짓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과거 동해에 서식했던 대왕고래, 귀신고래 등 대형고래 멸종의 1차적 책임이 일제의 남획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일본정부는 공개 사과와 함께 과학연구라는 이름의 고래 죽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련은 울산 회의에 공식 보고된 기록을 분석, 동해에서 대왕고래는 1911년부터 1945년까지 20마리가 잡혔으나 57년 이후에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으며, 한국계 귀신고래는 일제시기 1,306마리가 잡혔으나 57년 이후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직전인 86년까지 포획 수는 39마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혹등고래도 일제시기 120마리가 잡혔으나 57~86년 11마리가 잡힌 데 그쳤다.

광복 이후 본격 상업포경을 시작한 이후에는 일제의 대형고래 남획에 따른 자원 고갈로 주로 소형 밍크고래를 타깃으로 했다. 65년 이후 잡힌 밍크고래는 거의 일본에 수출됐는데 66~86년에만 무려 1만2,600마리가 잡혀 멸종 위기를 불렀다고 환경련은 주장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oc.kr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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