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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주민 거리로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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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주민 거리로 내몰린다

입력
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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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딸린 아파트에 살게 돼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렇게 쫓겨나면 이제 또 어디로 가야 할 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공2단지 18평형 공공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모(61ㆍ여)씨는 지난해 1월부터 임대료를 장기 연체해 ‘강제퇴거 집행 예정자’가 됐다.

이씨는 남편이 폐렴으로 장기 입원 중이어서 빌딩 청소 일을 하면서 월 50만원 가량을 벌고 있지만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힘들어 임대료 18만원과 관리비 10여만원 등 월 30여만원씩 총 540여만원을 연체했다. 이씨 부부는 3개월 내에 집을 비워달라는 통지를 받고 한숨만 쉬고 있다.

임대료를 제때 지불하지 못해 퇴거 위기에 몰리는 공공임대주택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대료는 월 10만~20만원으로 다른 월세 가구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지만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이마저도 내지 못하는 서민 계층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대아파트 세입가구 32만4,239가구 중 21.4%인 6만9,356가구가 임대료를 연체했다. 연체가구 비율은 2002년 18%, 2003년 20.5%에 이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 가구 중 4개월 이상 장기연체 가구도 2002년 2.2%, 2003년 2.6%, 지난해 3.1%로 급증하고 있다. 13개월 이상 장기연체자는 지난해 말 1,936세대에서 올해 초 2,425세대로 무려 40% 가량 증가했다.

이들은 주공과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3개월 이상 체납되면 건물명도 소송을 당하고 체납 6~9개월이 지나면 법원으로부터 건물명도 확정 판결을 받는다. 이때부터 불법거주자가 돼 임대료의 150%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든가, 집을 빼 줘야 한다.

주공 관계자는 “임대료 장기 연체 가정의 딱한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가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강제 퇴거를 명령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물리적인 조치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구두나 서류 통지로 자진 퇴거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기 체납으로 퇴거한 가구 수는 413가구에 달한다. 임대료 연체가정이 늘어나면서 퇴거 가구수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것은 극심한 경기불황에 따른 일감 부족과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등이 주 요인이지만 이와 별도로 정부가 임차인의 생활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임대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수도권본부 박영길 지부장은 “신림 주공2단지의 경우 대부분의 임차인이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층 집단 거주지역이었던 신림7동 난곡지역에서 2001년 이주해 온 사람들로 월 수입이 1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가 대부분인데 월 30만원씩 임대료와 관리비 등으로 내는 것은 무리”라며 “게다가 주공에서 매년 임대료와 보증금을 5%씩 인상하는 바람에 체납자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장봉화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사무국장도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저렴한 임대료라 하더라도 극빈층에게는 부담이 된다”며 “일본처럼 매년 임차인의 수입 신고를 심사해 임대료 등을 차별 부과하거나 네덜란드처럼 정부가 주공에게 자금지원을 하지 말고 저소득층에게 직접 주거비를 주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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