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경계초소(GP)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성이 강하고 자유분방한 신세대 병사들에게 조직과 군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병영문화는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했고 급기야 대형사건의 단초가 되었다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병영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상ㆍ중ㆍ하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사건이 발생한 중부전선 GP는 비무장지대(DMZ)의 짙푸름 녹음 위에 고립된 섬처럼 떠 있다. 휴전선(남방한계선)을 통과하자마자 나타나는 야트막한 산등성이의 물결 위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GP는 영락없는 섬이다. GP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장병들도 ‘절해고도에서 풀려났다’고 표현하고 있다.
“외부 순찰자가 항상 감시하는 일반전초(GOP)보다 외딴 섬 GP에서의 병사관리는 오히려 느슨하다”(GP장 출신 30대 최모씨), “전부대원이 총기와 실탄을 휴대, 서로 조심하기 때문에 사고가 도리어 적다”(GP근무 경험자 20대 박모씨)는 등의 GP근무경험담도 적지않다.
그러나 직경 30~40㎙의 고립지역에서 3개월씩 경계근무를 서는 최전방 수색중대원들에게 “다시 GP로 가겠느냐”고 물으면 열에 여덟쯤은 고개를 내젓는다. 스트레스를 못이겨 자살하거나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은 최전방 GP에서 끊이지 않고있다.
GP에 한번 들어가면 꼬박 3개월동안 고립생활을 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GP의 경우처럼 마땅히 운동할만한 공간도 없어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벙커 위 옥상에 흙을 퍼올려 농구장이나 족구장으로 쓰고있다. 외출ㆍ외박은 꿈도 못 꾼다. 고된 훈련은 없지만 야간경계근무를 서기 때문에 밤낮이 뒤바뀌는 어려움도 있다. 대부분의 부대에 설치된 PC도 이곳에서는 구경할 수 없고 TV시청이 유일한 문화생활이다. 10여년전만 하더라도 북한군이 침투해 GP를 공격하는 바람에 GP 근무병들은 죽음에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환경의 GP를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세계의 전쟁터에 군인을 파견하고 있는 미군도 특수지 근무는 1~2주 단위로 교체하고 있다. 함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해군도 과거 3개월의 함정근무 시간을 대폭 줄여 최근에는 15일 간격으로 교체근무를 하고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GP의 근무환경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GP를 둘러본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예 GP를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최첨단 관측장비로 무장한 마당에 적 침투감시라는 임무를 위해 ‘지뢰 같은 부대’를 전진 배치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달 열리는 남북 장성급 회담의제로 양측이 GP를 철수하는 문제를 의제로 올리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군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GP를 철수하면 북측이 GP를 남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적어도 근무기간을 줄이는 등 GP의 근무환경 개선은 한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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