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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로운 韓美 관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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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로운 韓美 관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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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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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비록 북핵 문제의 대응 방식이나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몇 개 사항에서 이견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하여 양국 정상은 동맹 관계를 재확인 하고 양국간의 중요한 현안에 대한 공동의 보조를 취하는데 기본적인 합의를 하였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전반기는 대미외교의 수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라크 전쟁 파병 문제로 시작된 한미간의 의견 대립은 ‘균형자론’을 통해 파고가 높아지더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정부의 부정적 대응을 거치면서, 전후 최대의 위기를 맞는 듯 보였다.

외교 정책 기조의 변화가 몰고 온 후폭풍도 만만치 않아,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는 보수층들로부터 명분도 실리도 찾지 못하는 외교의 문외한으로 무차별 비난을 받았다.

한시대의 집권층이 가졌던 대외인식의 근거와 고민에 대한 고려는 애당초 무시된 채, 마치 생전 문제없던 한미관계가 오직 한국 정부의 ‘불충’으로 균열이 생겼다는 논조가 각 언론을 통하여 연일 터져 나왔다.

-보수층, 盧 외교 무차별 비난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우리에게 그토록 신뢰할만한 후원자였는가? 19세기 말 수교 이후 미국은 몇 차례 일방적으로 한국을 동맹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1905년 가쓰라ㆍ태프트밀약을 통하여 일제의 조선 강점을 묵인했고, 50년 애치슨라인을 발표하여 갓 탄생한 한국을 공산주의의 침략 앞에 방치하였으며, 6.25 전쟁 당시 전쟁 당사국인 한국을 배제한 채 휴전협상을 진행시켰고, 80년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용인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열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한국이 미국을 보면서 갖는 감성적 호의와 달리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해에 따라서만 한국을 보고 대해 왔던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현실주의(realist) 국제정치 교과서가 제시하는 정석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에 부여된 과제는 이러한 미국과 어떻게 협력하여 21세기 상생의 동맹 구도를 위한 초석을 만들어 나가느냐에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새로운 현실에 부합하는 행위 준칙을 모색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외교정책 형성의 바탕이 되는 미국 사회 저변의 보편적 가치와 미국인의 의식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분명 미국도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 변화가 좀 더 높은 성숙으로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짧은 기간 내에 초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미국이 짊어진 숙제이기도 하며, 영연방 같은 문화 공동체를 통하여 동맹을 형성할 수 없었던 군사대국 미국이 가진 ‘안보딜레마’에서 비롯된 한계이기도 하다.

두 번째 단계는 긴 호흡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 속에 나타났던 어떠한 초강대국도 정치에너지를 분출하는 시기가 지나면 자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분출하는 정치에너지를 문화적 깊이로 승화시키지 못한 제국은 급격히 몰락하였다. 원(元)나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이 향후 50년 내에 별 볼일 없는 나라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그들 또한 내외의 어려움에 봉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상황 변화 따른 외교 대응을

6ㆍ25 전쟁 당시 휴전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긴 이승만 대통령은 53년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초 강수로 대응을 하였으며, 이후 ‘북진통일론’까지 동원한 고단위 압박으로 54년 미국으로부터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이끌어내었다.

훗날 J. 덜레스 미 국무장관은 이승만을 일컬어 제3세계 지도자중 미국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던 인물이라고 회고하였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전쟁 와중에 단행된 이승만의 허를 찌르는 대응방식은 외교 당국자들의 노트 한쪽에 작은 메모로 남겨둘 만하다. 정책은 단계와 국면마다 다른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이 합당한지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풀어나갈 문제이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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