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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미디어비평] 시민뉴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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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미디어비평] 시민뉴스의 시대

입력
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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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라는 단어가 이제 어색하지 않다. 신문사나 방송사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전문적인 저널리즘 교육을 받지도 않은 일반인들이 직접 취재도 하고 기사도 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검증된 뉴스로 둔갑한다든지 개인적 편향성이 개입된 주장이 객관적 뉴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주위의 작은 이야기들이나 돌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에 관한 현장 리포트는 기존의 기자조직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그래서 시민기자들의 발품과 글발이 빛을 발하는 부분들이다.

오래 전부터 이들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뉴스매체 형식을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오마이뉴스’는 외국에서도 주목받는 연구대상이 되었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늘 등장하는 ‘공공 저널리즘(public journalism)’, 또는 ‘시민 저널리즘(civic journalism)’의 현실적 전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시민기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이버 세계에 널려있는 ‘글쓰기 공간’의 존재였다. 각종 홈페이지나 블로그, 혹은 게시판 등을 통해 글을 쓰고 논쟁을 하는 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스스로 뉴스 생산자를 자임하게 된 것이다.

읽고 보고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모습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든 이 시대의 단면이다. 그런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또 다른 문화상은 바로 영상물의 범람이다.

누구나 캠코더나 디카, 혹은 폰카로 사진을 찍고 영상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이다. 일기 대신 사진 몇 장으로 오늘을 요약하기도 하고 구구절절한 시 구절 대신 몇 초짜리 영상물 하나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뉴스 생산에 대한 적극성과 영상물 제작의 보편화가 만나는 지점은 ‘카메라 시민기자’이다.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에는 시민기자의 글보다 카메라 시민기자의 그림이 더 와 닿을 수 있다.

사실상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이런 저런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은 이미 카메라 시민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방치한 채 사라진 승객에 대한 분노는 그 사진을 찍은 ‘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흘 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MBC 주최로 일반인들의 뉴스 영상물 콘테스트가 열렸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많은 영상물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빼어난 십 수 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품이 ‘뉴스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수 백 명의 참가자들 중 반만이라도 뉴스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가 카메라 시민기자다운 역할을 해주게 된다면 우리나라 영상뉴스의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오지 않을까. 세련된 구도나 앵글은 없다 하더라도, 그리고 뉴스에서 반복되는 1분15초의 정형성은 없다 하더라도, 문제의식이 담겨있고 투박한 순수함이 배어있는 ‘시민뉴스’의 시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존의 카메라 기자들이 미처 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역동적인 뉴스세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미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나 시민방송 등을 통해 영상뉴스 제작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산적 참여는 시작되었다. 게시판을 통해 글 쓰는 시민기자가 만들어졌듯이 인터넷의 수많은 영상물 놀이터에서는 그림을 만드는 시민기자가 양성되고 있다.

시민기자의 일부 기사들도 그랬듯이, 시민기자의 영상물 역시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시민’들의 참여가 갖는 의의는 크다.

참여와 영상이 디지털 시대의 문화가 던져준 두 화두라면, 이들이야말로 가장 시대에 걸맞은 사람들이 아닐까?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면서 카메라를 들고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뉴스를 찾고 만들어내는 카메라 시민기자들. 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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