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는 세계적인 모험소설가 클라이브 커슬러의 ‘더크 핏’ 시리즈 중 한편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커슬러는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는 보물 탐사대 누마(NUMA: National Underwater and Marine Agency)를 실제로 창립해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주인공 더크(매튜 매커너히)는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으며 소설과 영화 속에는 당연히 그가 겪었던 보물사냥 경험이 녹아 들어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하라’가 현실을 바탕으로 잘 짜여진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필연이라고 강요하는 우연의 연속이 시종 극을 이끌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남북전쟁 시절 금화를 가득 실은 ‘죽음의 함선’이 대서양 건너 아프리카에 표류한다는 도입부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하라 사막이라는 극한적 모험의 공간에 주인공을 밀어넣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비쳐진다.
더크가 미모의 세계보건기구(WHO) 의사 에바(페넬로페 크루즈)의 목숨을 구해주며 끈질기게 인연을 이어가는 것도 억지스럽고, 보물찾기에 나선 더크 일행이 공을 주우러 갔다가 함선의 위치가 세밀히 묘사된 지도를 발견하거나 악당의 공격을 피하려다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허탈한 웃음을 안겨준다.
서구가 아닌 모든 지역은 무지몽매한, 계몽의 대상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를 여전히 바탕에 깔고 있는 점은 시대착오적이다. 더크가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유목민을 설득하거나, 말리 대통령을 폭사시키는 장면은 아무리 허구라지만 씁쓸하다.
다만 1억3,000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은 만큼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화려하다. 비행기를 개조해 윈드서핑을 하거나 낙타를 타고 달리다 기차에 뛰어오르는 장면 등은 밀도가 떨어지는 극 전개를 조금이나마 메워준다.
전 디즈니 회장 마이클 아이즈너의 아들 브렉 아이즈너가 메가폰을 잡은 것이 흥미롭다. 23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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