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수배중이던 건설업자 김모(52ㆍ구속)씨의 부탁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수사팀 4반장 강순덕(39)경위를 공문서 위조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경위는 1996년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 소개로 만난 김씨에게 2001년 5월 서울 노량진경찰서 김모 경감의 인적사항과 사진 2장 등을 이용해 위조면허증을 발급해 준 혐의다. 경찰은 위조면허증 발급과정에서 오간 수표 1,500만원에 대해서도 김씨와 강 경위의 계좌추적 결과에 따라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씨의 수배사실을 알고서도 강 경위와 함께 만난 김 전 청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김 전 청장이 89년부터 4년간 김씨로부터 받은 소년소녀가장 돕기 성금 1억5,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김씨가 “돈을 입금한 계좌는 김 전 청장의 주장대로 소년계 통장이 아니었고 개인 통장이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김 전 청장의 개인계좌 추적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특가법상 수뢰혐의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나 법적 처벌은 힘들지만 관련 의혹만큼은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21일 오전 “수배중인 김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이날 오후 감찰조사에선 “96년 5월 서울 한남동의 모 갈비집에서 강 경위와 함께 수배중인 김씨를 한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김씨가 “김 전 청장을 2001년 초까지 3∼4개월에 간격으로 만나 왔다”고 진술해 대질 신문 등 추가 조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영교 행자부장관은 이날 일선 경찰서장급 이상 간부에게 지휘서신을 보내 “시민들은 경찰관에게 일반 공무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으니 솔선수범으로 근무기강을 확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직위해제된 김 전 청장의 후임으로는 류정선 경북경찰청 차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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