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검은 유혹에 빠진 '여경들의 두 귀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검은 유혹에 빠진 '여경들의 두 귀감'

입력
2005.06.21 00:00
0 0

병역비리 수사를 통해 잇달아 군 장성들의 연루사실을 밝혀내 ‘장군 잡는 여경’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수사팀 4반장 강순덕(39) 경위가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피의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수배 중이던 건설업자 김모(52)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2차례 위조해준 강씨에 대해 뇌물수수 및 공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경찰청에 근무하던 1998년과 2001년께 김씨로부터 “위조 운전면허증을 만들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표 1,500만원을 받고 2차례에 걸쳐 위조 면허증을 발급해 준 혐의다. 강씨는 96년 5월께 서울 한남동 모 음식점에서 당시 경찰청 소년계장이었던 김인옥(53) 제주경찰청장의 소개로 김씨를 만났으며, 김씨는 이미 사업실패로 뚜렷한 직업 없이 지내다 사기혐의 등으로 수배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98년과 2001년 5월 서울 서부면허시험장에서 서울 노량진경찰서 김모 경감의 인적사항과 김씨의 사진 2장을 이용해 면허 발급을 신청했다. 첫 위조 면허증은 문제 없이 나왔으나, 2001년 위조 때는 한 창구 직원이 컴퓨터 내부 화상코너에 저장돼 있는 김 경감과 김씨의 사진이 다른 것을 발견하고 발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강씨는 “민원실장의 부탁”이라고 속인 뒤 거의 강제로 발급케 했다.

경찰은 15일 사기 사건과는 별도의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김씨를 검거해 조사하던 중 현직 경찰관의 신원이 적힌 면허증을 갖고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추궁한 끝에 강씨의 운전면허 위조 혐의를 밝혀냈다. 경찰은 강씨가 “면허증을 위조해 준 적도 금품을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둘 간의 진술도 서로 엇갈리고 있어 계좌추적 등을 통해 증거를 찾는 한편, 인적사항을 도용 당한 김 경감에 대해서도 연루 여부를 확인 중이다.

한편 경찰은 김 청장이 김씨가 수배 중인 것을 알면서 강씨와 함께 만난 사실이 확인됐고 김씨가 “3년에 걸쳐 총 1억여원을 김 청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함에 따라 김 청장을 직위 해제키로 했다. 김 청장이 직위해제되면 여성 지방경찰청장으로는 처음이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김 청장이 비공식 루트를 통해 돈을 받았으므로 금품수수로 볼 수 있다”며 “경찰간부로 직무수행을 하기에는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 드러났기 때문에 조만간 상부에 보고한 뒤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불우청소년 선도단체 임원이었던 김씨가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고 해 여성청소년계 계좌로 돈을 받아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썼을 뿐 개인적인 용도로 쓴 적이 없다”며 “혼자 김씨를 만나러 가기 머쓱해 강 경위를 데려갔지만 그 이후 둘이 서로 연락하면서 운전면허증까지 위조한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 김인옥 청장·강순덕 경위

서울경찰청 강순덕 경위는 군 장성들이 연루된 수뢰사건 등을 파헤쳐 ‘장군 잡는 여경’이란 별명을 얻은 특수수사통. 1986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여경으로는 드물게 수사과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99년 경사에서 경위 진급도 미국에서 제공된 구호품을 빼돌린 업체를 적발한 공로를 인정 받아 특진했다.

강 경위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하던 2003년 인천국제공항의 군 발주 공사 관련 부조리를 수사, 전ㆍ현직 군 장성과 장교 6명의 수뢰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건은 김동신 전 국방장관의 수뢰의혹 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군 안팎에 큰 파장을 불렀다. 또 지난해 “군 생활을 편하게 했다고 자랑하며 돌아다니는 의병전역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의병 전역 과정에 대한 수사를 벌여 현역 장성이 연루된 비리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를 사법처리 하기도 했다.

주가를 높여가던 강 경위는 2003년 12월 경찰청 휴게실에서 노무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세간의 소문을 가볍게 얘기한 것이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오르면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좌천성 인사이동을 당했다.

김인옥 제주지방경찰청장은 경찰 60년 사상 첫 여성경무관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독신인 김 청장은 동아대 1학년 재학중이던 72년 순경 공채로 경찰 제복을 입은 뒤 99년 3월 총경으로 승진, 의령경찰서장과 양평경찰서장을 거쳤다.

김강자 전 총경의 그늘에 가려 ‘여성 경찰 2인자’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월 서울 방배경찰서장 재임당시 경무관으로 승진, ‘1인자’로 우뚝 섰다. 올 1월엔 제주청장에 임명돼 최고의 해를 맞았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