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총기난사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근본대책을 촉구하는 여론이 드높다. 그러나 사건 자체의 원인 진단부터 갖가지로 엇갈려 갈피를 잡기 어렵다.
군 기강문란과 허술한 사병관리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야당은 정부의 혼란스러운 안보관이 문제라고 성토하고 여당은 비민주적인 군대문화가 근본원인이라고 군 내부로 표적을 좁힌다. 이러니 뭔가 획기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을 게 당연하다.
이런 혼란은 군이 사건 진상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부추기고 있다. 애초 다급하게 발표한 경위에 의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서도 전방초소 사정을 잘 아는 이는 물론이고 일반국민에게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것은 문제다.
관련 장병과 지휘관들이 근무수칙 등을 어긴 사실을 숨길 수는 있지만, 군 지휘부가 국민이 개탄하는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해서는 책임을 한층 키울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 진상이 무엇이든 간에 문제의 근본이 억압적인 상하관계 등 고질적 병폐에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막연하게 군 기강확립을 외치거나, 군내 폭력 등 병영 부조리를 정밀 진단하겠다는 뻔한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다.
사병들의 상하관계 등 군의 명령복종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본다. 신세대 사병들이 견디지 못하는 낡은 틀을 그대로 두고는 되풀이되는 군기 사고를 막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군의 특수성과 안보 현실에 집착하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젊은 세대의 의식이 달라진 만큼, 군 조직원리와 복무여건 등을 모두 사회 현실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 것이 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군이 시대변화에 따른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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