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6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고 북해산 브렌트유도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국내 도입 원유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15일 50달러 벽을 넘더니 어제 52달러선도 돌파했다. 연초에 비해 30% 이상, 1년 전 대비 50% 이상 급등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구조적 수급불균형을 반영한 것이어서 쉽사리 진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7월과 12월 각각 하루 50만배럴 증산키로 했는데도 시장에 먹히지 않는 것은 대표적 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계절적 수요 급증, 미국 원유재고 감소 및 정제능력 부족,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 등을 감안할 때 OPEC의 증산여력으로는 상승세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표정은 너무도 태평하다.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작성하면서 예상한 두바이유 평균 도입단가는 배럴당 35달러. 하지만 6월 중순까지 예상을 10달러나 웃돌아 유가만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와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우리 경제가 유가 충격을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2년전 유가가 30달러를 넘자 3단계 대책을 내놓는 등 호들갑을 떨더니 이젠 정부가 통제ㆍ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으니 기업이나 가계가 알아서 대처하라는 식이다.
하기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서민생활과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면에서 유가가 부동산보다 결코 덜하다고 말할 순 없다. 중장기적으로 추진중인 에너지 저소비 정책의 성과를 밝히고, 대국민 경각심 고취와 함께 원유가 상승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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