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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그린 보트에 오르며] <1> 어우러짐서 싹트는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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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그린 보트에 오르며] <1> 어우러짐서 싹트는 화해

입력
2005.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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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주최로 열렸던 제49회 ‘Peace Boat(피스보트)’행사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있었다. 험난한 역사의 질곡 속에 사할린과 러시아를 떠돌았던 어느 한국인 노부부를 위한 때늦은 결혼식이었다. 선상 갑판에서의 행사는 ‘피스보트’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각국 200여명의 여행객이 동참했다.

이어 베트남의 항구 다낭에서는 아시아와 세계 청년들의 뜻 깊은 축제가 이뤄졌다. 1,000여명이 베트남전쟁을 회고하며, 고엽제 피해자와 가족, 그 2세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피스보트’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다낭을 방문해 교류 행사를 갖고 성금을 기부한다. 모두가 ‘피스보트’에서만 가능했던 감동이다. 이 행사가 올해부터 한ㆍ일 공동으로 ‘Peace & Green Boat’로 열리게 된다.

행사의 주체는 아시아의 화해를 위한 민간차원의 평화사절단이다. ‘피스보트’와 인연이 된 것은 1년여 전에 대학을 다니는 딸이 자신의 소중한 체험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피스보트’에서의 100일간 여행은 지금까지의 어떤 여행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의미와 가치, 즐거움과 흥겨움을 안겨 주었다고 했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이다. 한ㆍ중ㆍ일 3국이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화해의 전환점이 돼야 할 시점이다. 얼마 전 중국 공산당중앙당 간부학교의 주임교수가 말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단 한 번도 좋은 일을 한 적이 없다. 아시아 국가들에게 자행한 만행에 대해 인정도 반성도 없다.” 한류열풍의 기세를 몰아 동북아 갈등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일본은 어떤가.

한ㆍ중ㆍ일의 감정대립 상황에서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독도영유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결국 한국과 중국 일본 여론지도층 인사들이 함께 뒹굴며 문화를 이해하고 논쟁과 토론을 하면서 새로운 화해점을 찾아야 한다. 한번에 모든 갈등이 풀리지야 않겠지만 이렇게 10년 이상 지속된다면 분명히 동북아시아 역사의 방향성을 올바로 가져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침략국인 자국의 만행에 분노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피스보트’의 공동대표 요시오카씨는 이 같은 필자의 제안에 공감했다.

아시아의 진정한 화해는 피해국가들이 가해국가를 용서할 때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환경재단과 한국일보 MBC는 ‘Peace & Green Boat’가 미래를 예측한 올바른 대안이라 확신하면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한ㆍ중ㆍ일 지식인과 학자, 문학가, 예술인, 정치인, 대학생, 어린이 등 600여명이 동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건 전 국무총리와 시인 김지하씨, 장사익씨, 안치환씨 등이 참여해 세미나와 심포지엄, 예술한마당을 연다. 또 나라별로 독특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선상에서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편협한 국가주의를 승화시킬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지구라는 배를 타고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그 배를 한 번 타 보시라. 실감 있는 항해를 느낄 것이다. 더구나 이번 항해는 오염으로부터의 단절이 가능하니 그야말로 ‘건강 여행’이며, 밤마다 쏟아지는 별을 체험하는 ‘상상 여행’이며,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명상 여행’이 될 것이다. 평화와 화해의 바다로 떠나는 보름간의 ‘Peace & Green Boat’. 평화를 기원하고 문화에 젖으며 함께 어울리는 시간들은 값진 체험과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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