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누구나 꼭 한번 동시를 써보는 제목 가운데 하나가 ‘우리집’이다. 그러면 다들 우리집이 얼마나 즐겁고 화목한가를 자랑하기에 바쁘다. 그래서 수십 년 넘게 시간이 흘러도 ‘이슬비’나 ‘무지개’라는 제목의 동시가 그렇듯 ‘우리집’ 역시 누가 쓰더라도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이 되고 만다.
얼마 전 내가 나온 초등학교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아주 재미있는 동시 하나를 보았다. 제목은 그 흔하고 흔한 ‘우리집’이다.
“우리 집 고민거리는 화장실 앞에 벌집이 있는 거예요./ 우리 집 고민거리는 가족들 모두 바빠 정신이 없는 거예요./ 우리 집 고민거리는 다들 문을 닫지 않고 다니는 거예요./ 이 고민거리로 친구들이 놀러 못 온대요.” (송양초등학교 함소영 동시)
시골엔 아직도 화장실이 바깥에 있는 집들이 많다. 그 화장실 앞에 벌집이 있고, 정신없이 바쁜 가족들은 문을 잘 닫지 않고, 그래서 벌이 날아 들어와 있어 친구들이 놀러 오지 못한다. 이 동시가 더 반가웠던 것은 내 어린 날 우리집 변소 앞에도 벌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변소에 갈 때마다 그 벌이 내 엉덩이를 쏘지 않을까 늘 두렵고 불안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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