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21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15차 장관급 회담을 시작, 지난해 5월 14차 회담 이후 13개월 만에 고위급 대화채널을 재가동했다.
지난 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면담 직후 열리는 이번 회담에선 두 사람의 구두 합의가 어느 정도나 남북간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성과가 미미할 경우 남북관계 정상화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측은 회담 테이블을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바꾸는 등 회담문화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2000년 7월 1차 회담 이후 14차례 장관급 회담 동안 남북 대표단은 딱딱한 사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설전을 벌였지만, 이번엔 원탁 테이블의 가운데 자리에 남북 수석대표가 나란히 앉게 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일정이 늦춰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5분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33명의 북측 대표단은 회담장 겸 숙소인 워커힐 호텔로 이동하던 중 김정일 위원장을 비난하는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반북 단체인 '자유사랑청년연합' 시위대는 차량 1대에 '악의 축, 김정일을 처단해야 민족이 살 수 있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방화대교 인근에서 북측 대표단이 탄 차량 행렬에 끼어 드는 소동을 벌였다.
이에 북측 대표단은 반북시위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후 5시부터 워커힐 호텔 인근에 차량을 세운 채 40여분간 구수회의를 하기도 했다.
북측 최고 지도부에 대한 남측의 비난 행위를 체제 모독으로 여기는 북측 입장에서는 가만둘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회의를 마치고 예정보다 40여분 늦게 호텔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래서 호텔 입구에서 북측 대표단을 맞은 정 장관은 권호웅 북측 대표단장과 악수를 나누며 귀속말로 북측을 다독이기도 했다.
북측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정 장관 주최 환영만찬도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은 오후 8시에 시작됐다. 정 장관은 만찬이 늦어지자 기자들에게 "지엽말단적인 해프닝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언론이 도와 달라"며 반북 시위의 파장에 신경을 썼다.
2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정 장관 등 남측 참석자들은 "남쪽은 다원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북측이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권호웅 북측 대표단장은 "아무리 그래도 위대한 지도자 동지에 대해 그러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권 단장은 "이번 회담에선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정 장관이 잘 하니까 정 장관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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