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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일병 범행 배경/ 17일 심한질책 받고 "모두 죽이겠다"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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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일병 범행 배경/ 17일 심한질책 받고 "모두 죽이겠다" 결심

입력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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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22살 청년을 이토록 잔인해지도록 만들었을까.

육군 합동조사단은 20일 내성적 성격의 김 일병이 선임병들의 잦은 인격 모독성 언어폭력에 견디다 못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사전에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이 최전방 경계초소(GP)에 들어온 것은 올 1월. 김 일병은 경기 모 공고를 다니며 전산응용기계제도(CAD)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년제 대학에 진학했으나 지난해 3월 2학년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아 제적 처리됐다.

학창 시절 차분한 성격에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고 친구 교제의 폭은 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김 일병은 GP 전입 시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부소대장 최모 하사가 불러 타이르자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특별한 관리를 받는 ‘관심병사’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김 일병은 그러나 이후에도 여전히 GP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심한 성격 탓에 선임병들로부터 듣는 욕설 등 언어폭력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던 것.

그는 같이 복무하던 초ㆍ중학교 동창생 천모 일병에게 “내 행동이 느리다고 고참들이 욕설과 질책을 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수류탄을 까고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말도 3~5회 가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 일병은 그러나 이 말이 푸념이나 장난이라고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

그러던 김 일병은 17일 GP 취사장에서 선임병으로부터 다시 한번 심한 질책을 받은 뒤 범행을 결심했다고 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작업 중이던 한 선임병이 지나가던 김 일병을 불러 세워 “고참이 일하고 있는데 보고 그냥 간다”며 심한 욕설과 함께 2~3분 간 ‘교육’을 시킨 것. 내무반으로 돌아오던 김 일병은 이 때 “소대원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며 살해 결심을 했다고 군은 밝혔다. 김 일병은 다음날 오후 농구경기 도중에도 응원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선임병으로부터 “일병 달았으면 군 생활 다 끝나는 거냐. ⅩⅩ야”라는 욕설을 들었다.

그날 밤 12시 초소 경계 근무에 들어간 김 일병은 19일 오전 2시30분께 다음 근무자를 깨우기 위해 내무반으로 향하다 마침내 그간의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박철수 합동조사단장(준장)은 “사건 후 김 일병의 표정이나 설명 등으로 미뤄 무척 대담했으며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이는 표현들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대원들의 김 일병에 대한 집단 괴롭힘(왕따) 가능성에 대해 “왕따까지는 아니지만 부대원들이 김 일병을 소홀히 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김 일병이 단지 일부 선임병의 잦은 언어폭력 때문에 전 부대원을 몰살하려는 끔찍한 생각을 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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