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한나라당 상임운영위 비공개회의. 강재섭 원내대표가 “박 대표와 내가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도되는데, 그렇지 않다. 문제 될 것 없다”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강 원내대표가 굳이 ‘이견 없음’을 강조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뭔가 일치되지 않는 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사실 얼마 전부터 당의 정책을 두고 둘 사이에 미묘하나마 이견이 노출됐다. 특히 강 원내대표는 박 대표와 생각이 다름을 굳이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우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 강 원내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당론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당이 와글와글하는 부작용을 두려워해 논의를 차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이 지난 주 “분양원가 공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박 대표가“당론이 아니다”며 제동을 건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박 대표측은 20일 “공공아파트만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게 총선 때의 당론으로, 현재 바꿀 이유가 없다”면서 “여당도 오락가락하다 혼이 난 예민한 사안인데, 우리 당이 말을 많이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4개 정부부처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두고도 강 원내대표는 “일단 여당과 협상을 해 보아서 1개든 2개든 양보할 수 있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 박 대표측은 “작은 정부라는 명분을 살릴 수 있는 정부측 노력이 먼저 있어야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모두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강 원내대표가 누누이 강조해 온 ‘황금의 콤비’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강 대표가 대권주자군의 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목소리 내기 시작해 둘 사이에 미묘한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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