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서 열리는 제1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각별하다. 엊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에서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에 획기적 전기가 될 만한 언급들을 쏟아낸 직후에 열리는 회담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심은 “7월 중에라도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했던 김 위원장의 언급과 관련,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일정과 의지가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북측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북한을 인정ㆍ존중하면”이라고 말한 점을 들어 6자회담 복귀는 미국에 달려 있으며 이번 회담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미국의 자세가 바뀌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6자회담 복귀 시기를 미국의 태도변화에 경직되게 연계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 북한은 핵 문제로 시간을 끌어서 득 될 게 없다. 남측은 바로 이 같은 점을 북측 대표단에 인식시키고 보다 진전된 입장을 끌어냈으면 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8ㆍ15 이산가족 상봉, 서해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장성급 군사회담, 남북공동 어로 활동과 관련한 수산 회담 등 다른 남북 현안들도 논의된다.
이 현안들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정 장관과의 면담에서 전향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결실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이 적십자를 통해 요청한 15만톤의 비료 추가 지원도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논의할 수 있다고 약속한 만큼 원만히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핵 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나머지 현안들의 결실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의 면담에서 쏟아낸 말들에 진실이 담겼다는 것을 믿게 하려면 북측은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핵 문제에 대한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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