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보수 성향을 굳힐 것인가, 공화당 표밭을 넓힐 것인가.’
윌리엄 렌퀴스트(80) 미국 대법원장이 이번 개정기가 끝나는 27일 퇴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임 대법관 한 자리 인선을 둘러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9년 만에 교체되는 법원 최고위직 후보가 연방항소 법원의 보수적 판사 존 로버츠, 마이클 러티그와 함께 히스패닉계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으로 압축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일찍부터 의중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곤잘레스는 부시 정부 2기 들어 백악관 법률 참모에서 법무장관으로 자리 이동하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백악관 소식통들은 부시 대통령이 다시 그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곤잘레스 장관의 대법관 지명은 다수의 백인과 소수 흑인으로 구성된 대법원 구성의 전통을 허무는 것이 된다. 그런 만큼 그의 지명엔 여러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
백악관의 전략가들은 곤잘레스 장관을 지명할 경우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기반이던 히스패닉계를 공화당 쪽으로 흡착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다잡자는 계산이다. 공화당의 히스패닉계 잡기가 성공하면 노동계의 분열로 표밭을 잠식당하고 있는 민주당의 기반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곤잘레스를 지명할 경우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의 일부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곤잘레스 장관은 낙태와 소수계 우대 정책 등 미국 사회의 핵심 이슈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낙태의 합법화를 가져온 ‘로우 대 웨이드’판결을 다시 뒤집을 대법원 구성을 원하는 골수 보수파에게 그의 지명은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보수파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곤잘레스 대신 50대 초반의 골수 보수파를 낙점할 수 있다. 텍사스 출신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보수파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를 지낸 러티그 판사와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서기를 지낸 로버츠 판사가 그들이다.
부시 대통령이 확실한 보수파 신예를 지명할 경우 법관 인준과정에서 향후 법원의 장기 보수화를 우려하는 민주당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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