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센트럴 파크’를 지향한다는 뚝섬 서울숲이 개장하자마자 각종 문제점이 노출돼 ‘허점 숲’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사한 야생동물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거나 탈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각종 관리시설 미비로 방문객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다.
동물들이 위험하다
개장 이틀째인 19일 서울숲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야생동물 보호장소를 탈출해 돌아다니다 50여분만에 붙잡히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고라니는 이날 오후 5시께 생태숲 보호장소 주변에 둘러친 폭 4㎙의 탈출방지용 격자망(동물이 넘어가지 못하게 발이 빠지도록 만든 망)을 넘어 보호장소를 탈출했으며, 소방대가 50여분간 추격한 끝에 붙잡아 숲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6일에는 다마사슴 한 마리가 서울숲에 방사된 지 하루만에 왼쪽 목덜미에 상처를 입고 패혈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야생동물들을 환경에 적응시키지 않은 채 성급하게 방사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숲 관계자조차 “동물들의 먹이인 풀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먹이가 유사한 고라니와 사슴을 동시에 풀어놓다 보니 영역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사슴이 죽은 것도 이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시인했다. 또한 고라니 10마리와 꽃사슴 40마리, 다마사슴 8마리 등이 방사된 곳에 사육사 2명만 있을 뿐 수의사가 1명도 없어 비상시에 손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 편의시설 태부족
서울시는 당초 서울숲이 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18일과 19일 각각 15만명, 30만명의 인파가 몰리자 여기저기서 허점이 드러났다.
개장기념행사가 열린 18일에는 시민들이 행사장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어린이 1명이 바닥에 깔릴 뻔한 사고가 일어났다. 19일 오후 2시께는 한 어린이가 2.5㎙ 깊이의 연못에 빠졌다가 시민들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또한 공원 내에 쓰레기통과 화장실, 식수대 등 편의시설 등이 크게 부족해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서울숲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0일 관람시간 조정 및 안전사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생태숲 출입 통제시간을 당초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에서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로 늘였다. 또 시민들이 연못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내판과 목책을 설치하고 구명보트를 준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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